[책의 향기]지식인 늘자, 경성에 욕실이 생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5일 01시 40분


코멘트

◇경성 주택 탐구생활/최지혜 지음/556쪽·3만5000원·혜화1117


약 100년 전만 해도 한국의 재래식 주택엔 욕실이 따로 없었다. 대개 마당, 부엌, 마루 같은 여러 공간에 물을 가져다 놓고 이곳에서 세면과 목욕이 이뤄졌다.

1920년대가 돼서야 생활 개선을 주장하는 이들이 가옥 내 욕실의 필요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서며 목욕이 “문명의 정도를 추측하는 일”로 여겨질 정도로 위생에 대한 관념이 높아지던 때라, 분리된 목욕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 거실 역할을 하는 응접실도 비슷한 시기 주택에 등장했다. 전통 한옥에선 사랑방이 그 역할을 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점차 대청과 마루를 벗어난 별도의 공간으로 응접실이 나타났다. 당대 지식인들은 ‘과시와 선망’이 투영되는 서재를 두는 유행도 있었다고 한다. 식자율이 높아지며 책과 잡지 등이 대량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영향도 있었다.

현대인들이 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만큼이나, 일제강점기에도 사람들은 집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떻게 꾸밀지 관심이 많았다. 서양 등으로부터 신문물이 급격히 들어왔던 만큼 변화 양상은 빠르고 다양했다.

신간은 근대 이후 1920∼30년대 경성의 주택 내부 변화를 각종 사료를 곁들여 촘촘하게 짚어냈다. 저자는 미술사학자이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 전문위원이다. 그간 출간된 서적이 주택의 외형적 변화 과정을 주로 다뤘다면, 이 책은 인테리어와 장식 등 내부를 하나씩 풀어냈다. 내부 공간 구조의 변화에서 시작해 바닥재, 타일, 유리 자재, 조명, 커튼, 실내장식 등까지 그간 쉽사리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내용을 다룬다.

기록과 도면, 회고록과 소설, 당시 잡지에 실린 주택 광고 등에서 채록한 풍부한 사진 자료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단순히 건축 구조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100년 전 경성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일상 공간, 삶의 숨결까지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근대#경성#건축 구조#내부 공간#구조 변화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