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공포연극, 더위 싹~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간담 서늘한 연극 2편
연극 ‘렛미인’, 새하얀 눈밭 위 핏빛 ‘연쇄살인’
뱀파이어 잔혹함, 바로 눈앞서… 몽환적 음악 통해 서정성 더해
연극 ‘2시 22분’, 새벽 정체불명 소리에 등골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느끼는 두려움… ‘시간’ 더해지자 긴장감 극대화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되는 날엔 간담을 서늘하게 할 공포영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번 여름에는 공포를 다룬 연극 두 편이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뱀파이어 소녀와 외로운 소년의 잔혹한 사랑을 그린 ‘렛미인’과 오전 2시 22분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2시 22분’이다. ‘렛미인’은 장르물로는 드물게 대극장에서 공연을 열고, ‘2시 22분’은 초연 때 반응이 좋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두 작품은 크게 보면 같은 장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포와 긴장감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새하얀 눈밭 위 핏빛 공포

한국에선 2016년 초연하고 9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는 연극 ‘렛미인’. 신시컴퍼니 제공
한국에선 2016년 초연하고 9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는 연극 ‘렛미인’. 신시컴퍼니 제공
7월 3일 개막해 8월 1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연극 ‘렛미인’은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동명 소설이 원작. 눈 내리는 스웨덴 교외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외롭게 살아가는 소년 오스카와 신비롭고 기묘한 분위기의 소녀 일라이가 만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자 처지는 다르지만 ‘외로움’을 공유하는 오스카와 일라이는 깊은 교감을 나누며 가까워진다. 그런데 둘이 사는 마을에서 거꾸로 매달린 채 피가 모두 빠진 시신들이 발견되는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관객은 일라이와 그를 보살피는 의문의 남성 하칸이 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렛미인’의 연극 무대가 더 인상적인 점은 뱀파이어의 잔혹함이 바로 눈앞에서 직접 펼쳐진다는 데 있다. 안무가 스티븐 호겟이 배우들의 몸짓을 연출(국내 협력 김준태)했는데, 일라이는 신비로우면서 어딘가 동물적인 몸짓을 선보인다. 그런 그가 살인 장면에서 입에 가득 피를 묻힌 채 포효하는 모습은 소름이 끼친다.

다만 이러한 잔인함은 무대 위 가득한 흰 눈송이, 푸른 조명 가운데 비친 노란 가로등 불빛, 아이슬란드 작곡가 올라퓌르 아르날즈의 몽환적인 음악 등을 통해 묘한 서정성이 더해진다. 뮤지컬 ‘원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로 주목받은 연출가 존 티파니(국내협력 연출 이지영)는 “영화 ‘괴물’과 ‘부산행’처럼 호러 장르가 강한 한국에 맞춰 관객들이 최대한 깜짝 놀라고 겁에 질리도록 연출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도 “이 연극은 죽음과 불멸을 주제로 다루며, 죽지 않는 삶은 오히려 지극히 외롭고 슬픈 것이 된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 매일 밤 들리는 의문의 소리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두고 네 인물이 벌이는 논쟁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더하는 연극 ‘2시 22분’. 신시컴퍼니 제공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두고 네 인물이 벌이는 논쟁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더하는 연극 ‘2시 22분’. 신시컴퍼니 제공
‘렛미인’이 북유럽의 서늘한 서정성과 무한한 고독이 가미된 공포라면, 7월 5일 개막한 ‘2시 22분’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로 관객을 수시로 놀래 주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새집으로 이사 온 제니가 매일 오전 2시 22분에 들리는 정체불명의 소리에 시달리며 시작한다. 제니는 남편 샘의 친구 로렌과 벤을 집으로 초대하는데, 이들에게 매일 들리는 수상한 소리에 대해 털어놓고 함께 오전 2시 22분까지 기다려 달라고 제안한다.

이상한 소리의 정체를 알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네 사람은 ‘세상에 유령이 있느냐’를 두고 팽팽한 토론을 벌인다. 과학을 중시하는 샘, 심리상담가로 감정과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은 로렌, 전기 기술자인 벤과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제니는 과학과 감성, 이성과 초자연적 현상 등 서로 다른 가치관을 중심으로 논쟁한다.

이 과정에서 대화가 길어질 만하면 집 밖에서 동물 짖는 소리가 들리거나, 찢어질 듯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커다랗게 들리며 스릴을 조성한다. 또 오전 2시 22분이 가까워질수록 ‘정말 귀신이 등장할까’ 하는 불안과 긴장이 고조된다.

이 작품은 영국 극작가 대니 로빈스가 202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원작을 황석희 번역가가 번역하고 김태훈이 연출했다. 김태훈 연출가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느껴지는 두려움에 ‘시간’이 더해져 긴장감이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때문에 무대 위에 디지털시계를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을 법한 거대한 사이즈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가는 또 “등장인물 4명이 급박한 상황에서 바닥을 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등 인간 심리와 관계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8월 1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

#공포연극#렛미인#2시22분#뱀파이어#연쇄살인#미스터리#인간심리#세종문화회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