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숲에 들어간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각자의 정원’ 펴낸 이안리 작가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0일 15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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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중편소설) 출신으로, 첫 장편소설 ‘각자의 정원’(문학동네)을 낸 이안리 작가(39)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제주 성산 일출봉을 아주 어두울 때 본 적 있으세요?”

이안리 작가(39)는 보자마자 낯선 물음부터 던졌다. 성산 일출봉 하면 ‘파란 하늘 아래 짙푸른 융단’이 떠오르건만 왜 밤 얘길 꺼낼까. “아니요”란 답에, 이 작가는 관람 시간이 끝난 뒤 주차장에서 봉우리를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어둡고 거대한 게 눈앞에 있는데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데, 제 처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다가오는 게 늘 신비로워요. 이번 소설에서도 자연이 ‘재이’(주인공 소년)를 마냥 반겨주지만은 않죠.”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작 ‘플렉시테리언’에서 동물 구조센터를 배경으로 노루와 멧돼지, 매의 이야기를 펼쳤던 이 작가가 첫 장편소설 ‘각자의 정원’(문학동네)을 펴냈다. 어른들이 그린벨트 숲 개발을 두고 갈라진 가운데, 그 숲에 들어가 여름방학을 보내는 9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생태소설이다.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작가는 요즘 ‘야행성 산책’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직장과 프리랜서 독일어 통역,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밤마실을 자주 나간다. 새벽 2시에도 걷는데, 천변을 산책할 땐 2만 보씩 걸을 때도 있다. 덕분에 야생동물을 자주 마주친다. 그는 들뜬 표정으로 “너구리, 멧돼지는 물론 불곡산 입구(경기 성남시)에서 고라니도 봤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주 다니는 산책길에 현수막이 붙기 시작했다.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 임대주택을 짓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벌어졌다. 이 작가는 “처음엔 생태주의에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린벨트를 그대로 뒀으면 하는 마음이 강했다”며 “하지만 보존 측도 환경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예상되는 교통난이나 집값 (하락) 문제 등의 이유로 접근하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결국 “찬반 측 모두 자연을 도구로 본다는 점에서 반감이 들었다”고 한다.

“저를 포함한 인간은 다른 대상을 어떻게 해볼 만한 힘을 가지면 반드시 그 힘을 휘두르려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자연처럼 보복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믿는 대상에게는 더 거리낌이 없죠.”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소설 ‘각자의 정원’은 엄마와 형이 수시로 ‘포크’로 변신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이에 주인공 아이는 죽음이든 사랑이든 자연이든 세상엔 ‘불가해한 영역’이 있다는 걸, 때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배우며 성장한다. 이 작가는 “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도 있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자연 이야기를 ‘찐하게’ 했던 그는 앞으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등단작에선 고라니도 잡으러 다니고, 이번엔 그린벨트 숲 깊숙한 데까지 들어갔네요. 그동안 많이 갔으니까(웃음), 이젠 나와서 저와 가까운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

#그린벨트#자연#이안리 작가#각자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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