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이 프랑스 미술관에서 또다시 관람객에게 먹혔다. 바나나 하나를 붙인 이 작품은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며 예술시장 내 금융 투기와 소비 방식을 풍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화 약 86억 원에 거래된 설치미술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이 또다시 ‘먹혔다’.
이번에는 프랑스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바나나를 그대로 입에 넣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는 해당 작품이 전 세계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섭취 사건’ 중 하나다.
■ “또다시 벽에서 바나나가 사라졌다”
사진=게티이미지
21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동부 퐁피두메츠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코미디언’을 한 관람객이 먹어 버렸다.
이번 사고는 지난 12일 발생했다. 미술관 전시실 벽에 테이프로 고정돼 있던 바나나 한 개가 사라진 것이다. 관람객 한 명이 별다른 제지도 없이 바나나를 떼어내 입에 넣었고, 이 장면은 다른 방문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다.
미술관 측은 “보안팀이 내부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침착하게 대응했으며, 작품은 몇 분 만에 다시 설치됐다”고 밝혔다.
■ 작품은 ‘소모형’ 구조…바나나는 정기 교체
‘코미디언’은 바나나 하나를 덕트 테이프로 벽에 붙여놓은 단순한 구조지만, 수백만 달러에 거래된 바 있다. 작품의 핵심은 ‘먹을 수 있는 과일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넘어, 현대 예술계가 자본과 투기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풍자하는 데 있다.
작품은 작가 지침에 따라 바나나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소모성 구조’로 구성돼 있다. 즉, 실제 바나나는 영구 보존의 대상이 아닌 일종의 퍼포먼스 소품이다.
■ 전 세계에서 ‘먹힌’ 바나나…반복되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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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먹힌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처음 공개됐을 당시, 한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관람 도중 바나나를 떼어내 껍질을 벗겨 먹었다.
한국 리움미술관에서도 2023년, 미술 전공 학생이 같은 방식으로 작품을 섭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중국인이 경매를 통해 ‘코미디언’을 624만 달러(약 86억 원)에 낙찰받은 뒤, 바나나를 직접 먹기도 했다.
퐁피두메츠 미술관은 “이 작품은 아마도 지난 30년간 가장 많이 ‘먹힌’ 예술 작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 “테이프와 껍질까지 모두 작품”…작가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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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의 제작자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바나나뿐 아니라 이를 고정한 테이프와 껍질까지 전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규정한다.
미술관 측은 “일부 관람객이 과일만을 작품으로 오해한 데 대해 작가가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으며, 별도의 법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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