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협업, 노래는 떼창’… K콘텐츠에 푹빠진 사우디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25일 1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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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24일 사우디서 K-콘텐츠 엑스포 열려
중동 10개국서 80개 이상 현지 기업 몰려
K드라마 OST 콘서트에 500여 명 몰려 ‘떼창’

22일 오후 ‘K-콘텐츠 엑스포’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래디슨 블루 호텔 2층 행사장에서 현지 기업인들과 한국 콘텐츠 기업 간 미팅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젊은 세대에서 K팝이나 K드라마·예능의 인기는 폭발적입니다. 공동 제작할 콘텐츠를 찾고 있어요.”(칼리 구드 사우디 MBC 그룹 콘텐츠 수급 및 제휴 담당자)
“애니메이션·웹툰·게임 분야에서 하루빨리 한국 기업과 협업해 보고 싶어 왔어요.”(무디 빈 카미스 사우디 망가 프로덕션 마케팅 담당자)

22일 오후 1시 30분(현지 시간) ‘K-콘텐츠 엑스포’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래디슨 블루 호텔 2층. 행사 시작을 앞두고 한국 콘텐츠 기업들을 만나려는 현지 기업 관계자들로 장내는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이날부터 24일까지 3일간 열린 이번 엑스포는 사우디에서 개최된 첫 B2B(기업 간 거래) 간담회다. 지금까지 사우디에서는 콘서트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행사가 주를 이뤘지만, 콘텐츠 시장이 개방되며 기업 간 교류의 장이 마련된 것. 한국에서는 방송과 게임, 애니메이션, 교육 등 콘텐츠 기업 30곳이, 현지에서는 사우디·이집트·요르단·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 12개국에서 80곳이 넘는 회사가 참여했다.

3일 동안 이뤄진 개별 기업 간 일대일 수출 간담회만 총 420건이다. 엄윤상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수출본부장은 “사우디 등 중동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있어 이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안에 사우디 비즈니스센터를 설립해 국내 콘텐츠 기업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2일 오후 ‘K-콘텐츠 엑스포’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래디슨 블루 호텔 2층 행사장에서 박나나 데스티니 대표(오른쪽)가 현지 기업인과 만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K 드라마·예능·애니메이션과 협업하고 싶어”
특히 이번 엑스포에서는 한국 드라마, 예능과 협업하고 싶다는 중동 콘텐츠 업체의 문의가 이어졌다. 지텐 햄데브 인도 스타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한국 드라마는 인도에서 반응이 뜨겁다”며 “단순 박람회가 아니라 일대일 미팅을 제대로 할 수 있어서 직접 찾아왔다”고 전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MENA) 1위 스트리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샤히드’(Shahid)를 운영 중인 사우디의 MBC(Middle East Broadcasting Center) 그룹 관계자들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최대 주주로, 샤히드 외에 20여개 채널을 보유한 MBC 그룹은 올해 CJ E&M과 계약을 맺고 드라마 20편을 독점 공급 중이다. 하스나 카탑 샤히드 해외 아동 및 애니메이션 콘텐츠 리드는 “오늘만 5개 기업을 만나 논의했다”며 “한국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예능 등 질 높은 콘텐츠를 지속해서 발굴하고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성공한 콘텐츠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거나, 공동으로 제작하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김승욱 에이스토리 전략경영본부 글로벌사업 팀장은 “리메이크 판권과 공동 제작 요청이 꽤 많았다”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고 평가했다.

박나나 데스티니 대표는 “(현지 기업들이) 국적이 서로 다른 남녀가 만나 소개팅하는 문화 교류 예능 프로그램에 흥미를 보였다”며 “시즌1이 중국 남성과 한국 여성 소개팅이었는데, 시즌 2는 사우디를 주제로 제작하자는 제안도 나왔다”고 했다.

23일 오후 7시(현지 시간) ‘K-콘텐츠 엑스포’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래디슨 블루 호텔 1층 체험 공간에서 현지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교육·게임 콘텐츠에도 뜨거운 호응
교육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중동 최대 규모 포장재 생산 업체이자 출판 및 교육 사업을 병행하는 사우디 오베이칸 그룹의 모하메드 압둘라 알프리아 출판 팀장은 “교육 및 캐릭터 사업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기업을 찾았다”며 “사우디에는 없는 콘텐츠 기업을 접하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베이칸 그룹은 미팅 다음 날 일부 기업을 본사로 초청했다. 김철영 단비 교육 이사는 “영유아 스마트 학습 콘텐츠를 공교육에 도입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추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중동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모바일 게임부터 PC게임, 블록체인 기반 게임 등 다양한 게임 콘텐츠도 현지 기업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요르단에서 온 자이드 사마디 타마템 게임즈 퍼플리셔는 “한국 게임을 높이 평가해 이미 한국도 다녀온 적 있다”며 “K-콘텐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일인칭 총싸움(FPS) 게임 ‘워록2’를 개발 중인 최진욱 네비스게임즈 이사는 “미팅 중에 20년 가까이 된 워록 1을 해봤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사우디 게임사 10곳 이상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23일 오후 9시(현지시간) K드라마 OST 콘서트가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레디슨 블루 호텔 1층 공연장에서 가수 황치열 씨가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환호·떼창… K 콘텐츠에 빠진 사우디”
기업 간 비즈니스 행사뿐 아니라 현지 대중을 위한 문화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엑스포 둘째 날인 23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호텔 1층 공연장에서는 ‘K팝 드라마 OST 콘서트’가 열렸다. 500석 규모의 공연장은 공지 직후 매진됐다.

공연 3시간 전 K팝 팬들이 몰리면서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무대에 오를 가수 황치열 씨와 김기태 씨의 플래카드를 직접 만들어 온 팬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학생 달랄 알카바 씨는 “10대부터 20대까지 K팝과 K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며 “아시아 문화 중에서도 한국이 단연 최고 인기”라고 말했다.

두 시간 동안 공연장은 환호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공연 전 열린 K팝·K드라마 퀴즈쇼에서는 문제를 내자마자 수백 명이 동시에 손을 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자 떼창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이날 콘서트에는 1020 여성 팬들뿐 아니라 자녀와 함께한 가족 관객도 다수 자리했다.

직장인 리마 알모젤 씨는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빠져 2016년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며 “결국 네이버 사우디 지사에 취업하게 됐고, 콘서트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예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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