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에는 수많은 금속이 들어간다. 회로에는 금이, 회로기판엔 주석이, 마이크엔 니켈이 들어간다. 화면에 들어가는 작은 인듐 조각은 휴대전화가 손가락 터치를 세밀하게 인식하도록 돕는다.
충전식 드릴과 로봇 청소기는 물론이고 전기차까지 문명의 이기 중 금속류가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 거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전기차 제조업체의 금속 수요가 2022년의 5배(코발트), 10배(니켈), 15배(리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친환경 에너지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태양과 바람은 더러운 석탄, 끈적이는 석유와 비교하면 ‘깨끗한 존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에서 에너지를 얻어 전송하기 위한 기계 장치에는 수많은 금속이 필요하다.
미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디지털 사회와 친환경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재화인 ‘금속’을 집중 해부했다. 인류가 새로운 산업을 위해 핵심 금속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비극도 날카롭게 조명한다.
저자가 취재를 통해 깨달은 것은 “모든 것엔 대가가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발전과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금속을 위해 많은 이들이 혹독한 일을 겪어야 한다. 구리 절도가 성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경비원들이 목숨을 잃고, 아타카마 사막에선 리튬 광산이 물을 다 빨아들여 식수가 부족하다. 저자가 칠레, 나이지리아, 미국 등을 누비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사례가 이를 더 선명하게 와닿게 한다.
결국 핵심은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는 것이다. 한번 산 물건은 오래 쓰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활용하면 금속을 아껴 쓸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그 변화의 속도와 규모에 탄력이 붙는 동안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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