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이 일상에 스며든 시대에, 『영원을 향하여』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불멸에 가까워지는 인간, 그리고 몸을 얻은 인공지능이 공존하는 미래, 우리는 과연 무엇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를 무대로, 이 소설은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친 시간 속에서 인간과 인공지능, 그리고 복제된 클론 이브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말리 비코 박사의 일기 형식을 빌려 전개되는 서사는, 불치병에 걸린 연구자 용훈의 실종에서 시작해, 나노봇 치료로 불멸에 이르는 과정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이어간다. 한국 인공지능 기업 내너스가 독재 정권에 병기 이브를 공급하며 인류 절멸을 노리는 음모는, 인공지능과 권력의 위험한 결합을 경고한다. 불멸을 얻은 몸과 시를 읽고 음악을 연주하는 인공지능, 과연 어느 쪽이 더 인간다울까? 사랑이라는 감정, 연민과 애도, 그 모든 것이 기계와 생명의 경계를 어떻게 넘나드는지 섬세하게 탐험한다. 말리 비코가 남긴 수백 년에 걸친 기록은 불멸의 시대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연민과 고뇌의 흔적이다. 불멸과 존재, 사랑과 정체성 사이에서 인간이 마주할 미래를 깊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다.
◇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영서 그림/ 264면·17000원·창비
교보문고 갈무리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해 무인도로 향하는 이야기. 무인도에서 계절은 단순히 배경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의 삶 깊숙이 들어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든다. 바람과 햇살, 바다의 변화는 마치 주인공에게 말을 건네듯 그의 감정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힘을 길러준다. 작가 박해수는 바닷가 마을에서 살아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는 과정을 담담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주인공의 섬 생활은 단절이 아니라 회복이다. 텃밭을 가꾸고 제철 식재료로 요리하며 자신만의 삶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다. “내 손으로 이뤄냈구나. 자긍심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은 것처럼…” 주인공의 이 말은 도시 속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난 짜릿함이 고스란히 독자에게 전해진다. 영서 화가가 담아낸 따뜻한 색감의 바다 풍경 그림은 이야기의 여운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 역시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며, 삶의 속도를 새롭게 정리할 용기를 얻게 된다. 이 책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진정한 휴식처다.
◇여기는 문해력 늘어 나라 3/ 조은수 지음·보람 그림/ 96쪽·13000원·풀빛
교보문고 갈무리 초등학생의 문해력을 키우기 위한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다. 뜬구름 서당을 찾은 주인공은 홍길동, 심청이, 왕자와 함께 훈장님 동고동락하며 고사성어의 세계에 빠져든다. 책은 흥미로운 동화 형식으로 진행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고사성어의 의미를 익히도록 돕는다. 나뭇잎에 가려진 글자 찾기, 초성으로 고사성어 맞추기, 자물쇠 열기 같은 퀴즈와 함께,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고사성어 랩 경연 대회도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고사성어를 왜 배워야 하느냐며 불평하는 왕자에게 훈장님은 “고사성어를 모른다면 우리 말맛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고 일깨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읽히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문해력은 한층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학습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책이다. ◇좋은 여행/ 베아트리체 마시니 지음·잔니 데 콘노 그림/ 36쪽·20000원·이온서가
교보문고 갈무리 잔니 데 콘노의 유작. 그는 그림이 국경과 문자의 장벽을 넘어 가장 넓게 소통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믿었다. 그의 뜻을 기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사일런트 북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낯선 경험들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든다. 시작과 끝이 있다는 점에서 삶과 닮았다. 혼자 떠나도, 여럿이 함께해도 좋다.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고, 때로는 멈추고 싶거나 더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 속에는 “길을 잘못 들어 낯선 장소에 도착했지만 이제껏 찾고 있던 바로 그곳이었음을 깨닫는 여행”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주저하지 않고 내딛는 용기와 어떤 여정에도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곁에 두고 오래 펼칠 만한 그림책이다. 잔니 데 콘노의 차분한 그림은 메시지를 더욱 깊게 전한다.
교보문고 갈무리 여섯 명의 작가가 한 주제 아래 모였다. 『초록 땀』은 ‘소설의 향기’라는 중편 시리즈의 첫 책으로, 색과 향을 빌려 삶을 들여다본다. 작가들이 각기 다른 감도와 시선으로 써 내려간 소설과 에세이다, 김화진의 「초록 땀」은 색을 통해 존재를 질문한다. 색이 말해주는 나는 어떤 사람일까. 색은 우리를 규정하고, 삶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반면, 이서수의 「빛과 빗금」은 사랑을 빛의 온기로 기억한다. 누군가의 반대편에서 그를 잊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 지워지지 않는 빛의 흔적을 따라가는 마음이 조용히 아리다. 빛이 없는 곳에는 어둠이 있다. 김희선의 「뮤른을 찾아서」는 블랙홀처럼 모든 걸 삼켜버리는 ‘검정’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유일한 빈틈일지도 모를 검정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그 안에서 길을 잃는다. 향은 더욱 본능적인 기억을 건드린다. 문진영의 「나쁜 여행」에서는 냄새가 관계를 서열화하고, 타인의 존재를 감각하게 한다. 내가 아닌 너를 통해 ‘나’를 다시 감지하는 순간. 공현진의 「이사」에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냄새가 등장한다. 어느 날 갑자기 코끝을 찌르는 그것. 냄새는 불안을 불러오고, 공포와 함께 기억이 짙어진다. 김사과의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는 부재를 향으로 기억하는 마음이다. 향기 속에 너는 없고, 향기를 들이마시는 나만 남았다. 삶이 헷갈릴 때, 그 혼란마저 품에 안고 가는 여섯 개의 이야기다. ◇청개구리의 보물(쓰레기) 찾기/ 정다빈 글·도원 그림/ 32쪽·15000원·풀빛
교보문고 갈무리 쓰레기가 어떻게 보물이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어린이 환경 실천 그림책이다. 초등교사 정다빈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분리배출을 통해 쓰레기가 다시 자원이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주인공 청개구리와 엄마는 길 위의 쓰레기를 발견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보물이 되는 쓰레기인 줄도 모르고 사람들이 함부로 버렸구나”라는 엄마의 말은 아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책은 이론적인 방법을 일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의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씻는 방법 등 분리배출의 구체적인 과정을 알려준다. 우리가 날마다 만드는 쓰레기가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통통 튀는 그림과 밝은 색채는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핵무장 조선, 한국의 선택은/ 이제훈 지음/ 383쪽·19800원·사계절
교보문고 갈무리 1993년 1차 북핵위기를 시작해 2017년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진행하면서 북한은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보유한 엄연한 핵 보유국으로 거듭났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정치권 내에서도 NATO(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탄두 개발 등 다양한 핵무장 주장이 나왔다. 자체 핵 무장은 “북한의 핵은 우리가 핵을 보유하는 것으로 막을 수 있다”는 ‘핵 균형론’의 논리로 나온 것이다. 우리도 핵을 가지면 북한이 우리에게 함부로 도발 못한다는 주장까지 포함됐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같은 핵 균형론이 허무맹랑하며 인도-파키스탄의 ‘카길 전쟁’으로 핵무장한 국가들이 오히려 재래식전의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며 한국의 핵무장론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조사하는 여론조사에서도 80%의 찬성률을 보이다 ‘국제사회에 대한 경제제재’가 가해진다는 조건이 붙으면 찬성률이 20%로 떨어지는 점을 언급하며 자체 핵무장론의 모순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한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은 어떤 길이어야 하는지 저자는 이책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LLM과 RAG로 구현하는 AI 애플리케이션 표지 갈무리 RAG(검색증강생성) 기반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법과 최신 동향을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근한 언어로 설명한 책이다. OpenAI API 키 발급 같은 기초 단계부터 RAG 파이프라인 전체를 구축하는 과정까지 단계별로 상세히 안내한다. RAG의 핵심 원리는 물론 리랭킹, 하이드 같은 고급 기법도 심도 있게 다뤄 현장 개발자들이 실무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ReAct, 펑션 콜링, MCP 등 최신 AI 에이전트 도구들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 LLM 기반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실전 경험을 쌓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 수익형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도 AI 분야의 최신 용어와 기술, 그리고 그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예결산 분석의 수/ 유상조 지음/ 360쪽·33000원·시간의 물레
예결산 분석의 수 표지 갈무리 입법 관료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필자가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 논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국회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과 결산의 흐름을 분석한 행정학 참고서. 짝수당과 홀수당의 가상 논쟁 형식으로 왜란과 호란에 직면했던 조선이 비극적 운명을 벗어날 수 있었던 길을 찾는 구성으로 복잡한 예산과 결산의 프로세스를 현대의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인구절벽, 재정절벽, 소비절벽 등 대한민국이 당면한 많은 위기도 예결산 분석을 통해 극복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문 10개의 장을 ‘수’로 읽히는 10개의 한자를 제목으로 내세운 구성이 참신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