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류가 살아남은 이유는 ‘협력’ 본능

  • 동아일보

코멘트

◇집단 본능/마이클 모리스 지음·전미영 옮김/452쪽·2만2000원·부키


1967년 9월 3일 이전까지 스웨덴 사람들은 왼쪽 차로로 차를 몰았다. 그러나 운전자들이 우측 주행이 보편화한 이웃 나라를 왕래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충돌 사고가 늘어났다. 그 대책으로 ‘우측 주행’이 제시됐다. 변화에 불편을 느끼는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의회는 안전을 위해 새 교통법을 강행했다. 그리고 몇 달 뒤부터 사고는 40% 감소했다.

책에 따르면 이처럼 사람이 개인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순응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동참하는 경향은 오랜 ‘부족 생활’에 기인한다. 저자는 부족 생활을 “서로 연대하는 중첩된 집단들 속에서 지식을 공유하며 생존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미개한 것’, ‘분열과 혐오의 원인’으로 치부되기도 했던 부족이라는 개념을 입체적으로 재탐색했다.

수백만 년 전 선사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부족의 역사를 횡단하면서 시사점을 포착한 책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썼다.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살아남을 수 있었던 까닭으로는 ‘집단의 강건함’을 꼽는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보다 신체적으로 우월했으나, 인근 씨족들을 배척한 문화가 생존에 걸림돌이 됐다고 봤다. 반면 호모사피엔스는 지역 씨족들과 거래하고 통합하면서 지식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선조의 지혜를 모방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세계 각지에서 집단적 갈등이 터져 나오는 오늘날, 부족주의를 화해와 협력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인류는 ‘그들’을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편애하도록 프로그래밍됐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다른 ‘정치 부족’을 설득할 때는 ‘그들’의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진보적 환경운동가들이 보수 성향 정치인들에게 ‘탄소세’ 대신 ‘탄소 상쇄(Carbon Offset)’를 제안하는 식이다. 관용과 포용에 바탕을 둔 전통과 관습을 대중에게 널리 알려 공격성을 잠재우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부족 생활#집단 연대#호모사피엔스#부족주의#협력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