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더빙판으로 다시 보는 이유

  • 뉴시스(신문)

코멘트

케이팝 신인 아이돌 역할에 신인 성우 캐스팅
노래 가사 한국 정서 맞게 바꿔 “덕잘알” 반응

뉴시스
“희망이 없대.”
“희망이란 게 참 웃긴 게 그건 남이 대신 느껴주지 못해. 자기가 직접 느껴야지. 됐다 그래, 너만 손해지.”
“난 네 존재가 실수라고 생각을 안 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서 극중 루미와 진우가 서로의 감정을 보일듯 말듯 슬쩍 내보이는 장면. 넷플릭스가 11일 진행한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 한국어 더빙 이야기’에서 케데헌 더빙에 참여한 민승우(진우 역)·신나리(루미 역) 성우가 해당 화면에 맞춰 목소리 연기를 실감나게 선보였다.

케데헌 한국어 더빙판은 신인 성우들이 대부분 배역을 맡았다. 케이팝이라는 소재와 신인 아이돌이 활약하는 콘텐츠에 맞춰 새로운 목소리로 녹음하는 게 어울린다는 제작진 판단이었다. 실제로 일부 시청자들은 한국어 더빙이 캐릭터 감정 표현을 더 섬세하게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 성우들의 연기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언급도 있었다. 케데헌은 넷플릭스에서 영어 오리지널 버전과 한국어 더빙 모두 제공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케데헌이 인기를 끌면서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가 무수히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한국어 더빙판도 적지 않다.

극중 사자보이즈 진우 역할을 맡은 민승우 성우는 “어떤 성우든 과장됐다거나 어색하다. 몰입을 방해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맛있게 떠먹여 드리려고 노력했는데 적합한 한식 정찬이 나왔다. 제가 숏폼을 정말 많이 보는데 케데헌이 정말 많이 화제가 돼서 더빙판에서의 제 목소리(를 담은 (숏폼)도 많이 나온 걸 봤다”고 했다.

케데헌 속 귀마 목소리 주인공은 배우 이병헌이다. 오리지널 버전을 녹음한 뒤 더빙판도 그가 맡았다. 귀마와 함께 등장해야 하는 진우 역할을 맡으려면 이에 밀리지 않을 인물이 필요했다.

케데헌 한국어 더빙 프로젝트를 이끈 김형석 픽셀로직코리아 PD는 “배우 이병헌 목소리가 보통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서 그 아우라에 안 밀리면서 따뜻한 감정도 살릴 수 있는 게 누구일까 했는데 민승우 성우의 목소리나 톤을 들었을 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먼저 녹음한 귀마 목소리에 맞춰 연기해보니 잘 맞다 싶어 제안했고 그렇게 진우 역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민승우 성우는 최근 공개된 웬즈데이에서 타일러 갤핀 목소리로도 출연한다. 그동안 나 혼자만 레벨업, 스파이 패밀리, 귀멸의 칼날 등 굵직한 작품에서 주·조연을 맡아왔다.

헌트릭스 리더 루미 역의 신나리 성우는 신나리 성우는 2020년에 데뷔해 ‘나 혼자만 레벨업’, ‘원신’, ‘리그 오브 레전드’ 등에서 활약한 신인이다. 신나리 성우는 “케데헌 더빙판 매력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 안에서 한국어로 말하는 캐릭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맨처음 시퀀스”라며 “비행기에서 김밥을 먹고 라면을 먹는 평범한 소녀들 모습에서 시작하는 이 장면을 가장 편하게 녹음하고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성우는 “기억에 남는 장면은 루미가 자신의 몸에 문양이 있다는 걸 항상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못했다가 드러나게 됐고 그 면에서 루미에게 어느 정도 해방감 같은 것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며 “후련한 동시에 체념하는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 이 친구가 안타까워서 더 잘 표현해주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케데헌 속에는 바로 눈에 띄지 않지만 곳곳에 숨겨둔 케이팝 요소들이 많다. 사자보이즈 팬사인회 퇴장 장면에서 슈퍼주니어 블랙수트가 깜짝 등장하는 식이다.

김민수 픽셀로직코리아 디렉터는 “어떻게 콘텐츠를 올바로 재미있게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더빙판에서 노래는 (더빙을) 하지 말자. 모든 발화자가 한국인이고 케이팝인데, 케이팝을 다시 한국어로 노래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원음을 가져왔다”고 언급했다.

더빙판 OST에 더빙을 입히지 않았지만 대신 자막을 달리했다. 예를 들어 사자보이즈의 ‘너의 아이돌(Your Idol) 가사에서 ’너를 통제해‘는 ’계속 밀당해‘로, ’네 스타가 돼 줄게‘를 ’내가 너의 별이 돼 줄게‘ 등으로 바꿨다.

이를 알게 된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사를 기깔나게 해석 잘했더라”, “덕잘알(덕후를 잘 아는 가사)에 현기증 나”, “한국인들만 아는 포인트가 있다. How It’s Done 곡에서도 거울아 거울아, 피땀눈물, 자장자장 등이 나오는데 느낌이 완전 달라”, “비교해서 보니까 한국어 더빙 때 자막이 더 좋다는 게 확 느껴진다” 등 반응을 보였다.

김 디렉터는 “더빙판 노래 가사가 오리지널이랑 많이 다른 건 저희가 노래하듯 그렇게 써서 그렇다”며 “논의를 많이 하고 실제로 많은 작업자들이 참여해서 완성된 가사”라고 설명했다.

더빙이 어린이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넷플릭스 생각이다. 실제 더빙이 필요한 시청자층이 귀로 듣는 걸 선호하는 고령층, 운동이나 요리, 출퇴근 중 멀티태스커, 시각장애인 저시력자, 가족 공동 시청, 해외 체류 중인 한인 가정의 자녀 교육용 등 다양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더빙 작업은 섬세하게 진행된다. 김 PD는 “작품의 장르나 국가에 따라 더빙 접근 방식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며 “다큐멘터리의 경우 내레이션이 중심이라 목소리 톤과 발음의 정확성, 의미 전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애니메이션은 립싱크가 기본이지만 어쩔 수 없이 과장된 표정과 동작이 많기 때문에 성우의 발성, 전달력이 중요하다. 실사 시리즈는 과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말투로 따라가는 게 연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PD는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은 팬층이 탄탄한 게 워낙 많아서 신중하게 접근한다. 팬들이 상상한 캐릭터 매력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라며 “(최근 작업한 베르사유의 장미도 그랬지만) 팬들의 기회에 부응하는 게 중요 요소라 다른 작품보다 훨씬 많이 리서치하고 새롭게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자막 및 더빙팀은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최대 30개 이상 언어를 지원하고 있다. 평균 10개 정도 언어로 더빙을 지원하며 한국 오리지널 화면해설을 제공한다. 업계 평균적으로 하나의 언어에 50~60명 프로덕션 인력이 투입되는 걸 고려하면 10개 언어 더빙은 큰 규모의 프로젝트다.

최민디 넷플릭스 더빙 시니어 매니저는 “더빙도 듣는 걸 넘어 경험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고품질 오디오 구성과 사양을 적용했고, 케데헌도 Atmos 더빙을 제공한다”며 “더빙과 짝꿍 같은 존재인 화면해설로 더 많은 사람들이 언어 장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 투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