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린 ‘빛을 담은 항일유산’ 언론공개회에서 방문객이 일장기를 먹으로 덧칠해 만든 ‘서울 진관사 태극기’를 살펴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각하는 우리 대한을 가벼이 보지 마시고, 우리 인민의 피 같은 진심을 오해하지 마소서.”
1905년 11월 을사늑약 체결 직후. 대한제국의 외교관이자 무관이었던 민영환(1861∼1905)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일본을 포함한 각국 공사들에게 이 같은 유서를 남겼다. 순국 당시 입었던 피 묻은 의복이 놓여 있던 방에선 대나무가 자랐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이에 이를 그린 ‘혈죽도(血竹圖)’는 항일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민영환 선생의 유서와 ‘혈죽도’, 생전 입었던 서구식 군복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국가유산청 특별전 ‘빛을 담은 항일유산’이 12일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개막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푸른 대나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8·15 광복 8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전시는 개항기부터 일제강점기, 광복에 이르는 시기의 항일 독립유산 110여 점을 소개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항일유산은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역사이자 우리 국민의 정체성”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전시에선 독립운동가들의 혼이 묻어나는 유품과 관련 자료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1932년 윤봉길 의사가 훙커우 공원 의거를 위해 떠나기 직전 백범 김구와 바꿔 찬 회중시계(국가지정유산 보물)가 대표적이다. 1919년 중국으로 망명한 뒤 27년간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서영해(1902∼?)가 남긴 자필 유고집도 처음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이번 전시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항일 의병 관련 문서’도 눈길을 끈다. 유중교 최익현 등 의병장들이 주고받은 서신과 격문(檄文)으로 구성됐다. 국가유산청의 최재혁 근현대유산과장은 “의병을 체포하고 서신을 강탈했던 일제의 의병 탄압 행위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서”라고 가치를 설명했다.
최근 배지로도 제작돼 화제가 된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 동아일보가 제작한 일제강점기 문자보급교재(국가등록문화유산) 등도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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