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벼르다 영화로 만든 박찬욱표 ‘웃긴 비극’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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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경쟁작 오른 ‘어쩔수가없다’
朴감독 ‘친절한 금자씨’ 이후 두번째
재취업 준비하는 주인공 분투 그려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박희순, 손예진, 이병헌, 박찬욱 감독,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왼쪽부터). ‘어쩔수가없다’는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러운 해고 후 재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뉴시스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어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박희순, 손예진, 이병헌, 박찬욱 감독,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왼쪽부터). ‘어쩔수가없다’는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러운 해고 후 재취업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다. 뉴시스
“실직자나 해고자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어둡고 심각하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어떤 슬픈 이야기라도 막상 들여다보면 우스운 구석들이 있죠.”

내달 개봉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온 박찬욱 감독(62)은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차기작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출연 배우인 이병헌과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도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박 감독님 작품이라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출연 배경을 밝혔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해고된 직장인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준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만의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이달 27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해당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는 건 2012년 고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이다. 박 감독으로서는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두 번째다. 그는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에 오랜만에 간다는 점은 의미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은 박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가 쓴 소설 ‘액스(THE AX)’가 원작이다. 박 감독은 “영화화하고 싶다고 생각한 지 20년이 되어 간다”면서 “결국 성사되는 날이 왔다”며 기뻐했다.

“대개 미스터리 장르라는 게 범인이 밝혀지면 모든 게 해소돼 버리기 때문에 한 번 읽고 나면 다시 음미하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사람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보통 사람이 내몰리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몇 번 곱씹어 봐도 재밌었고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원작을 영화화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대목은 다름 아닌 ‘유머’였다. 박 감독은 “원작을 읽을 때 씁쓸한 비극에 새로운 종류의 유머를 넣을 만한 가능성이 보였다”고 했다. 실제 이 배우가 박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 했던 말도 “웃겨도 돼요?”였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박 감독님이 만든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너무 많았다”며 “슬프면서도 웃긴, 여러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목에도 비화가 있다. 소설의 원제는 직역하면 ‘도끼’다. 직장에서 해고될 때 ‘도끼질당했다’고 하는 영어식 표현에서 비롯된 제목. 박 감독은 앞서 책 추천사에서 “영화로 만들면 한국 개봉명을 ‘모가지’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모가지가 날아갔다’는 한국식 표현을 차용했다. 결국 최종 제목은 바뀌었지만, 이는 극중 만수의 대사로 표현된다.

제목을 띄어쓰기하지 않은 이유는 발음상 리듬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국 화법상 ‘어쩔 수가 없다’를 한번에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 관객이 감탄사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단어처럼 붙여 썼다.

박 감독은 영화 제목에 대해 “나쁘게 보면 비겁한 정서가 담겨 있지만, 인물에게 연민을 느끼면 또 ‘그래, 너도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찬욱#어쩔수가없다#해고#재취업#베니스국제영화제#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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