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 마을에서 쓰레기를 생각하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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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300명 日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
2003년 일본 최초 ‘제로 웨이스트’ 선언
쓰레기 45가지로 분리…재활용율 80% 넘어
‘호텔 와이’ 숙박객도 쓰레기 직접 분리해야

일본 가미카쓰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 호텔 와이(WHY)’ 전경. 주민들에게 얻은 물품을 재활용해 건축했다.
“비누도 커피도 차도 마실 만큼만, 쓸 만큼만 덜어 가세요.”

“∼할 만큼만”.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카쓰 마을의 ‘제로 웨이스트 호텔 와이(WHY)’에 도착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얘기다. 지난 6월 첩첩산중을 달려 이곳에 닿았다. 면적 88%가 산지인 인구 1300명의 작은 마을에 재생·환경·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이 찾아오는 성지가 있다. 제로웨이스트 센터(마을 분리수거 센터)와 호텔 와이다.

접시, 가구, 장난감, 옷 등 주민들의 기증품을 전시해둔 ‘크루크루 숍’.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센터와 호텔은 한 건물에 있다. “건물을 자세히 뜯어 보라”는 호텔측 안내에 눈을 크게 뜨고 살폈다. 버려진 창문으로 외벽을 만들고 못 쓰는 쇳조각으로 건물을 꾸몄다. 객실 러그는 청바지를 이어붙여 만들었다. 주민들의 기증품을 전시해둔 ‘크루크루 숍’도 있다. 2020년 5월 오픈한 호텔은 주민들에게 얻은 물품을 재활용해 건축했다고 한다.

비누는 투숙객이 직접 쓸 만큼만 잘라야 한다.
비누는 투숙객이 직접 쓸 만큼만 잘라야 한다.
체크인을 하니 쓰레기 바구니를 줬다. 모두 6종류다. 커피와 차는 마실 만큼만 담았다. 친환경 비누도 쓸 만큼만 잘랐다. 숙박객들은 다음 날 오전 10시 쓰레기를 직접 분별해야 한다고 했다. 쓰레기를 되도록 적게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먹는 것도 최소화하고 먹거리도 조금만 샀다. 물병, 과자봉지, 비타민 포장지, 일회용 치약, 휴지…. 그래도 꽤 많은 쓰레기가 나왔다. 커피와 차는 다 못 마시고 남았다.

가미카쓰 마을의 쓰레기 분리수거 센터. 45가지로 분류된 각 항목 옆에는 재활용 시 발생 수익과 처분 비용이 적혀 있다.
가미카쓰 마을의 재활용 움직임은 1994년 시작됐다. 당시 쓰레기 소각로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다이옥신이 검출돼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가 불거졌다. 태우지 못한 쓰레기더미가 쌓여갔다. 돌파구를 찾던 마을은 2003년 제로웨이스트를 선언했다. 마을 단위로는 최초였다. 2020년까지 쓰레기 소각 ‘제로’를 목표로 내걸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체크아웃 전 뒤뜰 퇴비장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체크아웃 전 뒤뜰 퇴비장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
마을 주민은 모두 센터로 와서 쓰레기를 45가지로 나눠 버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번거로움에 반발도 컸다. 지금은 재활용율이 80%가 넘는다. 대부분 주민들은 차를 몰고 쓰레기를 버리러 온다. 30분 거리에 사는 주민도 있다. 고령자가 대부분인데 힘들지 않을까.

“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요. 거동이 힘들거나 쓰레기 크기가 큰 경우엔 직접 가지러 갑니다.” 각 분리수거함 옆에는 ‘쓰레기 정보’가 적혀 있다. 처분 비용, 발생 수익, 최종 목적지 등이다. 특정 쓰레기는 다른 지역에 판매돼 마을에 수익을 안기기도 한다.

센터와 호텔 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음표’ 모양이다. 호텔을 떠나며 물음표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간 왜 이토록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을까. 쓰레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제로웨이스트 정책이 지역 브랜드화에 성공하면서 마을을 찾는 관광객도 늘었다. 센터 관계자는 “재생과 환경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이곳을 방문한 이후 ‘쓰레기 덕후’가 되곤 한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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