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영화도 했고, 스타도 됐지만 진짜 연기하고 싶은 절박함 짠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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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마’ 주연 맡은 이하늬
억압받던 시대 속 여성배우 대변
“우리세대 당면 문제 침묵말아야”

넷플릭스 ‘애마’ 속 톱스타 정희란(이하늬·오른쪽). 넷플릭스 제공

“2025년을 살아가는 여자로서, 배우로서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우리가 드디어 이런 이야기를 무해하게, 웃으며 볼 수 있구나!’ 했죠.”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이하늬(42)는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무척이나 컸다. 24일 둘째를 출산한 그는 겨우 닷새 전인 19일 자청해서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실질적으로 이 배우가 ‘끌고 가는’ 작품이란 평을 받긴 해도, 얼마나 책임감이 강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라마 ‘애마’는 1980년대 성애영화 ‘애마부인’의 그 애마가 맞다. 당시 영화 제작 뒤편에서 벌어진 여성 착취를 고발하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린)의 삶이 극의 뼈대를 이룬다. 특히 희란은 노출 연기 거부 선언부터 영화계의 성상납 폭로까지 주요 사건마다 중심에 선다. 이 배우는 그런 화려하면서도 강단 있는 희란과 찰떡궁합. 이해영 감독조차 “이하늬가 거절하면 엎어야겠단 생각으로 대본을 썼다”고 말했을 정도다.

“희란은 톱스타라 ‘이미 가진 자’였어요. 그래서 원래는 지키기 위해 침묵했죠. 하지만 더 이상 입을 닫지 않겠다고, 투쟁을 선언하고 바뀌어가는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전 희란이 참 장해요. 시대마다 이런 인물들이 있어서 지금의 우리가 있다고 믿거든요. 희란이란 캐릭터를 참 많이 ‘애정’했어요.”(이 배우)

그는 희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특히나 끌렸던 건 ‘애마부인’ 출연이 싫었던 희란이 다른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김종수)을 찾아가 출연시켜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었다. 이 배우는 “저도 항상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맘으로 연기한다”며 “그런 면에서 에로영화도 했고 스타도 된 희란이 ‘진짜 연기’를 하고싶어 하는 절박함이 너무나 이해되고 짠했다”고 했다.

작품에서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는 희란이 한 시상식에서 영화계 비리를 폭로하는 장면이다. 이는 이 배우도 연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단단하고 우아하면서도, 메시지를 진심 어리게 전하는 모습으로 보이도록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런 노력 덕에 ‘애마’는 억압받던 시대의 여성 배우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로 거듭난다.

“어떤 식의 폭력은 계속되면 굳은살이 박힌 것처럼 돼요. ‘아파요’라 표현하는 것조차 하찮은 게 될 때가 있죠. 저도 신인 때 비슷한 일을 겪기도 해서, 애마가 더 반가웠어요. 그렇다고 이게 과거의 문제만도 아니에요. ‘애마’는 1980년대가 배경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배우는 엄마가 된 뒤에 연기든 세상이든 고민이 깊어졌다고 한다. 그는 “이전 세대가 일궈놓은 덕에 제가 있는 것처럼, 우리 세대가 당면한 문제들에 침묵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작품을 보신 분들에게도 ‘오늘을 살며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하늬#애마#넷플릭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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