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서울-KIAF’ 코엑스 동시개막
작품 판매 불확실해 운송료 부담… 서구권 갤러리 상당수 참여 포기
아시아 갤러리들이 빈자리 채워… “외형보단 내실 다져 위기 극복”
‘프리즈 서울’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가운데 관객들이 백남준의 작품(위쪽 사진)과 이불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올해 4회째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현대미술품을 다룰 뿐 아니라 고미술품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와 지역 작가를 소개하는 ‘포커스 아시아’ 등의 섹션도 마련했다. 뉴스1“지난해보다 덜 붐비고 작품도 더 차분해졌다.”
3년째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고 있는 한 해외 갤러리스트의 평이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KIAF·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이 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했다. 이 갤러리스트는 “글로벌 경제 불황의 여파가 느껴진다”며 “초기엔 개념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팔릴 만한 작품이 많다는 인상”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올해 4회 차를 맞은 프리즈 서울은 28개국에서 120개 갤러리가 참가했는데, 유럽이나 영미권 갤러리 참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어들었다. 첫해 프리즈 서울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서구 젊은 작가들의 도전적인 작품이나 에곤 실레 같은 미술사 거장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 바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갤러리들의 참가 비중이 35%에 이르렀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이에 대해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졌고 한국 갤러리의 성장이 영향을 미쳤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판매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운송료 등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글로벌 갤러리가 아닌 서구권 갤러리는 상당수 참가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빈자리를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아시아 갤러리가 채웠다.
이런 가운데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갤러리들이 미술관과 협업해 작가를 홍보하고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호암미술관과 리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 이불과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의 마크 브래드퍼드,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을 페어장에서 볼 수 있었다.
그간 한국과 인연이 많지 않던 동남아시아 갤러리들의 적극적인 진출도 인상적이다. 태국 방콕이 거점인 SAC 갤러리는 현지 작가 쁘라빳 지와랑산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구성했다. 지와랑산 작가는 버려진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한국 관객을 위해 한국인의 사진을 활용한 작품도 출품했다. 그는 “서울의 구제 시장에서 구한 사진들을 조합해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갤러리들은 프리즈 서울을 당장 작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도 미술관 관계자나 큐레이터를 페어장에서 만나 작가를 소개하는 기회로 여긴다. SAC 갤러리의 프로그램 디렉터 대니시 섹산은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면 한국은 물론 여러 아시아 미술관의 큐레이터들이 서울에 모여든다”며 “그들이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 전시 기획으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키아프 서울은 지난해 206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나, 올해는 175개 갤러리로 규모를 줄였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참가 갤러리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했다”며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한 고민 끝에 외형보다 내실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 D홀에서 6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1층 A, 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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