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
음악영화 주로 다뤄 인지도 낮았지만
장항준 위원장 “친숙한 영화제” 포부
부실회계 등 논란 딛고 부활할지 주목
“제천영화제 갔는데 재밌더라!”
4일 개막한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장항준 감독(56·사진)은 관객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제천영화제는 제작 편수가 적은 음악영화를 다뤄 온 탓에 관객층을 넓히기가 쉽지 않았다.
장 감독은 이날 충북 제천시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저도 제천영화제에 와본 적이 없다. 굳이 음악영화에 국한된 영화제에 가야 하나 싶었다”며 “올해는 음악영화뿐만 아니라 영화음악을 대중 친화적으로 소개할 자리로 준비했다”고 했다.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개막작으로 선정된 그레고리 마뉴 감독의 ‘뮤지션’. 단 한 번의 현악 사중주를 완성하기 위해 네 명의 유명 연주자가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마뉴 감독은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게 무서우면서도 기대된다”고 했다. JIMFF 제공올해 제천영화제는 그의 바람대로 ‘어느 관객이나 좋아하는 영화제’로 거듭날까. 일단 개막작부터 바뀌긴 했다. 프랑스 감독 그레고리 마뉴(49)가 만든 영화 ‘뮤지션’은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모인 연주자 4명의 소동극. 클래식 음악이 소재지만 전문 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연주 직전까지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요 갈등 축. 연주자들의 고집과 자격지심이 충돌하는 장면에선 긴장감과 코믹함이 물씬하다.
“출품된 약 1500편 중 단연 개막작이라 확신했어요. 음악이 중요한 영화임과 동시에 대중성도 갖고 있거든요. 여러 갈등이 음악을 통해 이해와 공감으로 바뀌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과장되지 않게, 천천히 음악처럼 스며드는 점도 훌륭했어요.”(장 감독)
이날 현장에서 만난 마뉴 감독은 “연기자 4명 가운데 3명이 실제 연주자”라며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벨기에까지 수소문해 캐스팅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에 신설된 부문도 눈길을 끈다. 뮤직비디오의 예술성과 대중성을 조명하는 ‘JIMFF 스페셜 초이스―뮤직비디오 어워즈’를 만들었다. ‘파묘’ 등 2024년 1월 이후 제작된 한국 장편영화 속 음악을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뮤직 인사이트’ 부문도 새로 생겼다.
장 감독의 인지도와 넓은 인맥은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 “관직을 한번 맡아보고 싶어서” 집행위원장 제안을 수락했다는 그는 유명인들을 대거 영화제로 불러 모았다. 개막식 사회자는 배우 이준혁과 희극인 장도연이 맡았으며, 권일용 프로파일러, 희극인 문상훈 등도 참석한다. 장 감독은 “음악감독이 이끌었던 영화제와 영화감독이 주도하는 영화제는 색깔이 달라야 한다”면서 “영화제가 모두 칸 국제영화제처럼 엄숙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웃었다.
장 감독의 등판은 영화제에 단비가 되고 있다. 제천영화제는 꽤 오랫동안 존폐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2년 부실 회계 의혹으로 집행위원장이 해임된 뒤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7억 원을 들여 K팝 콘서트를 개최하려다가, 영화제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지적에 개막 한 달 전 취소하기도 했다. 영화제는 결국 ‘관객의 관심’이 핵심인 만큼, 올해 일단 눈길 끌기엔 성공한 셈이다.
제천영화제의 올해 예산은 약 43억 원. 영화제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국내 국제영화제 중 네 번째 규모”라고 설명했다. 4번 타자는 드디어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영화제는 9일까지 개최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