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작가로 활동 중인 자매 방지언·방유정 작가가 첫 공동 장편소설 ‘뇌사판정위원회(도서출판 선비와 맑음)’를 11일 출간했다.
도서출판 선비와 맑음에 따르면 이번 신간은 드라마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기획된 가운데 하드보일드 메디컬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상 작품을 염두에 둔 만큼 인간 욕망과 책임, 제도의 어두운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드는 입체적인 스토리가 포인트다.
특히 ‘뇌사 판정이 숭고한 의학적 절차가 아닌 사익에 의해 악용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각시킨다. 무엇보다 드라마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담긴 만큼 마치 한 편의 OTT 드라마 영상이 눈앞에서 재생되는 것처럼 생생하게 스토리가 펼쳐지는 가독성 뛰어난 작품이란 평가다.
소설의 중심에는 명진의료원 부원장 오기태가 자리하고 있다. 숭고한 의업을 실천해 온 그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앞두게 된다. 이후 여섯 명의 뇌사판정위원회가 소집된다. 하지만 회의 직전 생존 가능성을 암시하는 미세한 뇌파가 포착된다. 그 사실을 유일하게 목격한 이는 오기태의 제자이자 사건의 진범인 신경외과 의사 차상혁이다.
차상혁은 스승이 살아날 경우 자신의 인생이 무너질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이처럼 차상혁은 뇌사 판정이라는 합법적 살인의 기로에 선다. 위원회 구성원들의 사익과 사명이 뒤엉키며 표심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방지언·방유정 작가방지언·방유정 작가는 뇌사 판정이라는 제도가 지닌 양면성에 주목했다.
방지언 작가는 “만약 숭고한 절차가 사명 없는 사람에게 악용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합법적 살인이 될 수 있다”라고 전하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방유정 작가는 “하드보일드 장르를 택한 이유는 감정의 수사를 배제해 독자가 스스로 해석과 판단을 내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작품 속에 드라마 작가 이력과 함께 각 장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후킹 장면이 배치됐다. 나아가 캐릭터성과 장르성이 강조돼 한 편의 OTT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전한다. 엔딩은 현실적인 결말을 택했지만 독자들에게 허탈함을 주지 않기 위해 마지막 챕터에 징벌을 암시하는 장면을 덧붙였다. 차상혁 역시 자신이 일조한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독자들에게 사명과 사익이라는 주제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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