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30인분을 예약해 놓고 나타나지 않은 ‘노쇼’ 피해를 본 자영업자가 주민들에게 무료 나눔을 진행해 훈훈함을 전했다.
10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삼계탕 노쇼, 무료로 이웃에게 나눠버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어제 삼계탕 30인분, 약 50만원 정도를 노쇼 당했다. 나름 제 인생에 재미있는 해프닝이 생겨 공유하고 싶어 글을 올린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얼마 전 58만원 상당의 삼계탕 30인분과 만두 8개를 예약 주문받았다. 당일 오전에도 예약자에게 확인 연락을 했지만, “이따 뵙겠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오후 4시 예약 시간까지 손님은 오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자 A씨는 “예약 시간이 됐는데 전화를 안 받는다. 노쇼 걱정 말라고 해서 예약금도 안 받았는데 어떡하냐. 전화를 받든 답변을 하든 이게 무슨 일이냐”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자 예약자는 뒤늦게 “죄송하다. 취소해달라. 못 갈 것 같다. 사정이 생겨”라고 답했고, A씨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전화로도 비위 다 맞춰 드렸는데 이게 무슨. 법적 조치하겠다. 진심으로 이건 아니죠. 저보다 어른이신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약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답장이 와서 마음 놓고 있었는데 시간이 되도록 오지 않았다. 분노와 좌절이 밀려왔다”며 “삼계탕은 조리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머님이 주방을 맡아주시다 보니 너무 죄송했다. 이렇게 버릴 바에는 지역 주민에게 무료 나눔을 하고 싶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픈 초기고 시골 동네다 보니 지역 주민들이 많이 방문해주신다. 해당 예약자는 초면이지만 근처 회사에 다니고, ‘이 동네 식당서 한두 번 회식한 게 아니니 걱정 말라’고 하길래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예약을 받았다”며 “자영업자라면 알겠지만 예약금 받기 어렵다. 업주 한마디가 매출로 이어지다 보니 고객에게 불편한 말을 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노쇼 당하셨다는 글 봤다. 삼계탕은 필요 없고 계좌번호 주시면 조금이라도 도와드리겠다. 조만간 가게로 회식하러 가겠다. 힘내시라”, “너무 맛있는 맛집이다. 다음엔 꼭 지인들 대동하고 방문하겠다” 등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음식점 리뷰에도 “노쇼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다녀왔다. 마음이 많이 안 좋으실 텐데 내색 없이 너무 친절히 응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정성 가득 음식 너무 잘 먹었다”, “닭고기 잡내도 전혀 안 나고 국물이 진해서 너무 맛있었다. 소금을 따로 넣지 않아도 고기에서 우러난 깊은 맛이 최고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A씨는 “오히려 더 많은 분께 나눠드리지 못해 죄송할 정도로 걱정과 응원을 받았다. 이번 무료 나눔으로 오히려 힘이 난다”며 “요즘 시장이 너무 안 좋지만 모든 자영업자가 대박 났으면 좋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노쇼 가해자는 책임을 묻기 위해 계속 연락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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