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높였고 경찰력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마약 관련 폭력은 줄긴커녕 오히려 확대됐다고 한다. 시장이 음지화되면서 마약 가격은 더 올라갔다. 갱단들은 시장 우위,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질렀다.
책은 마약에 대한 단속, 처벌 중심의 접근법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준다. 현대인의 집중력 위기를 짚은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등을 통해 각종 사회문제를 파고든 영국 저널리스트가 썼다. 마약 중독자, 멕시코 마약상, 중독을 연구하는 학자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담아냈다.
저자는 마약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근절하려면 “형벌이 아닌 공공보건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포르투갈은 2000년대 들어 마약 사용 및 소지를 범죄가 아닌 ‘행정 위반’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의사와 사회복지사,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사회복귀 프로그램 등을 권고받는다. 그 결과 마약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치료 시설에 가는 비율이 높아졌다고 한다.
“마약 문제에 대한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가설 중 상당수가 잘못됐다”는 저자의 주장과 논증은 책의 몰입도를 높인다. 다만 과학적 근거보다는 과거 사례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공공보건 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문제가 더 심화되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도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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