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外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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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 열망은 인간을 여러 길로 이끈다.
그 끝에는 놀라운 성취 혹은 비극이 자리할 수 있다. 터져 나오는 뜨거움이
초래한 각기 다른 운명을 그린 명작 뮤지컬 두 편을 소개한다.》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격정, 비애 몰아치는 황홀한 아름다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왼쪽)는 미모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앓이한다.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왼쪽)는 미모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앓이한다. 마스트인터내셔널 제공
매혹적인 선율, 고난도의 몸짓, 뒤엉키고 폭발하는 욕망. 한 순간도 꼼짝할 수 없이 빠져들게 된다.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시 같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로, 프랑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내한 공연하고 있다. 2005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 공연이 열린 후 같은 곳에서 진행되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국내에서 그 동안 이 작품을 본 관객은 167만 명이 넘는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는 미모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게 된다. 콰지모도를 거둬준 주교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에게 마음을 뺏기고, 에스메랄다는 약혼녀가 있는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빠져들면서 비극을 향해 내달린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이어가는 작품이다. 풍부한 성량을 지닌 배우들은 빼어난 가창력에 절절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연기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 에스메랄다의 ‘이방인의 아베마리아’, 콰지모도가 부르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등은 웅장함과 처연함, 애절함을 온전히 전한다.

콰지모도 역을 맡은 안젤로 델 베키오, 조제 뒤푸르는 흉측한 외모로 고통을 겪지만 순수하고, 사랑 앞에 온 몸을 던지는 모습을 아프게 그린다. 오리지널 초연 멤버로, 국내 관객에게도 잘 알려진 다니엘 라부아가 프롤로 역을 맡아 주교 역시 욕망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일 뿐임을 묵직하게 그려낸다. 이번이 그의 마지막 내한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힘 있고 현란한 동작은 물론 대형 종에 매달리거나 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등 난도 높은 동작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무용수들은 무대를 역동적으로 채색한다. 성당 외벽을 장식한 기괴한 모양의 가고일 석상이 느릿하게 움직이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등 웅장한 무대 장치도 작품을 떠받친다.

9월 28일까지 공연된다. 7만∼19만 원. 부산, 세종, 대구, 광주에서도 10, 11월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뮤지컬 마리 퀴리- 과학을 향한 인간적인 여정, 빛을 뿜다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마리(왼쪽·박혜나)와 남편 피에르(테이)가 연구실에서 논의하고 있다. 라이브 제공
뮤지컬 ‘마리 퀴리’에서 마리(왼쪽·박혜나)와 남편 피에르(테이)가 연구실에서 논의하고 있다. 라이브 제공
여성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리 퀴리를 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 비춘 창작 뮤지컬이다.

같은 과학자의 길을 걷는 딸 이렌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말에 마리가 “날 닮지 마라”고 한 첫 장면은 이를 상징하는 듯 하다. 2020년 초연된 후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다.

마리의 실제 삶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완성도 높은 서사는 작품에 힘을 불어넣는다. 마리가 초록빛을 내뿜는 방사성 원소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에 같은 폴란드 여성인 가상의 인물 안느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넣은 것. 1920년대 미국에서 라듐으로 시계 야광판을 만들던 직공들이 피폭당해 연달아 숨진 ‘라듐걸스’ 사건을 가져와, 이 공장에서 일한 안느가 라듐의 유해성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모습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마리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고됐다. 그가 공부한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 건물엔 여자화장실이 없고 남성들의 조롱도 이어진다. 가난한 과학자이기에 기업가의 후원을 받아야 하고, 거듭되는 실패에 지원을 연장해달라고 설득하며 연구를 이어간다.

그럼에도 마리를 나아가게 한 건 호기심이었다. 답을 집요하게 찾아 나서는 그는 가슴 속에 품은 게 무엇일지라도 시도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라듐이 초래한 비극에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풀어가는 마리의 결정은 책임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마리가 실험을 거듭하며 부르는 ‘두드려’, 강렬한 고음의 ‘또 다른 이름’은 과학을 향한 뜨거움을 발산한다. 라듐을 상징하는 초록빛이 무대는 물론 객석 벽까지 비추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 빛은 극의 흐름을 영리하게 시각화했다.

작품은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개월간 공연됐다. 이에 앞서 마리의 고국 폴란드에서 2022년 한국 오리지널 팀의 특별 콘서트와 공연 실황 상영회가 열렸다. 2023년 일본에서도 무대에 올랐다.

마리 역은 김소향 옥주현 박혜나 김려원이 맡았다. 안느는 강혜인 이봄소리 전민지가 연기한다. 마리의 남편이자 연구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 역은 테이, 차윤해가 맡았다. 라듐 시계 공장 대표로 마리의 연구를 지원하는 루벤 뒤퐁 역에는 박시원, 강태을이 발탁됐다.

10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6만∼1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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