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섬세한 연출… 영화계 ‘내일’을 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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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전설’ 레드퍼드 세계
사기꾼서 기자-억만장자役까지… 강렬한 연기로 당대 스타 우뚝
감독 도전, 아카데미상 휩쓸어… 일흔 넘어서도 ‘1인극’ 열연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퍼드(오른쪽)와 폴 뉴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퍼드(오른쪽)와 폴 뉴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6일(현지 시간) 세상을 떠난 로버트 레드퍼드는 20세기 ‘할리우드의 전설’로 불린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 1960년대 베이비붐 세대와 맞물려 미 영화계에 등장한 사조인 ‘뉴 할리우드 시네마’를 대표하는 아이콘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나 버라이어티 등은 별세 직후 앞다퉈 ‘우리가 사랑했던 레드퍼드 필름’을 소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반향이 컸던 고인의 작품들을 골라봤다.

● 사기꾼 & 열혈기자, 로맨틱가이

레드퍼드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초기작은 역시 1969년 서부극 ‘내일을 향해 쏴라’다.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당시 국내에선 내수용으로 제목을 바꾼 경우가 많았는데, 이 작품은 한국 제목이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레드퍼드는 11세 연상인 ‘당대의 스타’ 폴 뉴먼에게 밀리지 않는 근사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뉴먼과 다시 호흡을 맞춘 1973년작 ‘스팅’은 베트남전쟁 직후 혼란의 시기를 반영한 작품. 고인은 초짜 사기꾼 조니 후커 역을 맡아 영악하게 변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대공황이 배경인 범죄코미디지만, 사회 불안 등 1970년대 정신을 잘 담아낸 고전이다.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 영화도 많다. 1976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선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기자 밥 우드워드 역을 맡았다. 그가 “정치 스릴러의 아버지”(미 뉴욕타임스·NYT)로 불리는 결정적 계기였다. 1975년 ‘콘도르’도 냉전 시대 불신과 음모를 잘 담아냈다.

멜로 연기 역시 탁월했다. 1973년 영화 ‘추억(The Way We Were)’에선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메릴 스트립과 아프리카의 서정적 로맨스를 그린 1985년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지금도 인생작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유부녀(데미 무어)를 유혹하는 억만장자로 나온 ‘은밀한 유혹’(1993년), 신입 방송인(미셸 파이퍼)을 이끄는 베테랑 앵커를 연기한 ‘업 클로즈 앤 퍼스널’(1996년)도 화제였다.

● 일흔 넘어도 도전적인 눈빛

1980년 감독 데뷔작 ‘보통 사람들’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 가족의 상실과 회복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호평이 컸다. 다만 함께 후보에 올랐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분노의 주먹(Raging Bull)’을 제친 건 “오스카 사상 최악의 선택”이란 논란도 상당했다.

1992년 브래드 피트가 출연해 낚시 붐을 일으켰던 ‘흐르는 강물처럼’과 1994년 오스카 작품상·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퀴즈 쇼’도 두고두고 회자된 작품. 특히 1998년 ‘호스 위스퍼러’는 고인이 감독이자 주연을 맡아 무르익은 연기력과 연출력을 보여줬단 극찬을 받았다.

말년의 대표작으론 2013년 ‘올 이즈 로스트(All Is Lost)’가 자주 언급된다. 대사가 거의 없는 1인극으로 “레드퍼드의 가장 끝내주고 도전적인(the finest and the bravest) 연기”(WP)로 평가받는다.

2018년 ‘미스터 스마일’은 노년의 갱스터를 연기하며 전설의 퇴장을 완성한 작품. 다만 스스로 “은퇴작”으로 공표했다가, 이후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에 출연하며 “섣부른 결정이었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로버트 레드퍼드#내일을 향해 쏴라#스팅#아웃 오브 아프리카#할리우드#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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