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영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뉴시스
“지난밤 좋은 소식이 전해졌죠.”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이란 출신 자파르 파나히 감독(65)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그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이 프랑스 대표 영화로 공식 출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파나히 감독은 영화 ‘써클’로 200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영화 ‘택시’로는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올해 5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장뤼크 고다르(프랑스)와 로버트 앨트먼(미국) 등에 이어 역대 5번째이며, 아시아 최초이자 현존하는 감독 중에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오스카에 출품하는 과정은 무척 힘겨웠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같은 폐쇄적인 나라에선 정부 허가를 받아야 오스카 출품을 할 수 있다. 이번에도 공동 제작국인 프랑스를 통해 가능했다”며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계 영화인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부산과 인연이 깊다. 1996년 장편 데뷔작 ‘하얀 풍선’을 들고 제1회 BIFF에 참석했으며, 이후로도 여러 작품을 부산에 선보였다. 올해 30회를 맞은 BIFF는 그에게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했다. 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서 먼저 선보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다음 달 1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다.
영화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 생활을 했던 정비공 바히드가 한 남성의 의족 소리를 들은 뒤 그가 자신을 고문했던 정보관이라 확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란 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해 온 감독에게 이런 저항정신은 그의 영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다. 파나히 감독은 자국에서 수 차례 출국금지됐으며, 17년간 구금돼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그런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을 “사회적인 영화인”이라고 불렀다.
“영화 제작이 불가능했을 때 집에서 홀로 저를 찍었어요. 아무리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컸습니다. 전 이 세상 누구도 이걸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인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
최근 국내외 영화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파나히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난관도 있지만) 굉장히 많은 기술과 가능성이 젊은 세대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의무가 있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