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 염혜란 “대세는 유행, 언젠가 없어지는 것”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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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 ‘어쩔수가없다’ 출연
자타공인 올해의 ‘대세 배우’
“내 입지 좁아져도 평생 연기하고파”

“어머! 아침에 숍 다녀오길 잘했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염혜란(49·사진)은 처음부터 방긋 웃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과거엔 이런 기회를 얼마나 갈구했는지 모른다”며 솔직한 감회를 털어놓은 그는 자타 공인 올해의 대세 배우. 드라마 ‘도깨비’ ‘더 글로리’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더니, 올해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와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하며 뜨거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염 배우는 “배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영상물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욕심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며 비교적 늦게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그가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뒤 품은 꿈은 무척 간명했다.

“생계 걱정 없이 연극을 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이 무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도였어요.”

하지만 염 배우의 무대는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연극 ‘이(爾)’를 본 봉준호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에 그를 캐스팅해 영화에 데뷔시켰다. 연극 ‘잘자요, 엄마’로 노희경 작가의 눈에 들어 ‘디어 마이 프렌즈’(2016년)를 통해 드라마에도 입성했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가 이제 대세 배우로 불리는 세간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농담으로) 인정해야겠지요? 행복한데 행복한 줄 모르는 게 행복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지금 그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도 행복하지만, 진짜로 이 시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건 나중이 아닐까요.”

지금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아무리 작은 비중의 역할도 주연 못지않게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른바 ‘신스틸러’란 수식어도 자주 따라다닌다. 염 배우는 이에 대해 “그냥 제가 직전 작품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니까,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진 않아요. 보통은 제안받은 역할이 너무 좋아서 작품에 임할 뿐이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가 연기한 ‘이아라’는 매번 오디션에 낙방하지만 결코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인물. 뭣보다 관능미가 뛰어난 캐릭터다. 염 배우는 “처음엔 저에겐 없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서 ‘왜 제안하셨지?’란 의문이 들기도 했다”면서 “막상 이아라를 연기하다 보니 저에게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즐거운 웃음이 가득했지만, 유독 그가 자주 반복했던 말도 있다. “이젠 내리막길밖엔 없겠죠”였다. 그 의도를 묻자 “대세라는 건 (일시적) 유행이고, 그런 유행은 언젠가 사라진다”며 “그런 면에서 스스로를 ‘대세’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이 끊어진다면 엄청난 상실감이 들 것 같다”며 “입지가 좁아질지언정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은 제 이미지나 행보가 한쪽으로 고정되는 거예요. ‘폭싹 속았수다’에서 광례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지만, 어딜 가도 엄마 보듯 봐서 부담이 있기도 했어요. 이런 연기도 해보고 저런 연기도 해보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실타래가 얼마 안 남았으니 열심히 또 감아봐야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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