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함께 쓰는 공유교회, 템플서 채플로 가는 다리 될것”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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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새길’ 개척하는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
“신자 30명 안되는 곳 70% 이상
작은 교회 시간별 예배 부담 덜어
초기 종교개혁 정신의 ‘리셋’ 기회… 관성 젖은 신앙생활에 전환점 되길”

경기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에서 공유교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학범 목사(왼쪽)와 김인홍 어시스트 미션 사무총장. 김 목사는 “공유교회는 작은 교회들이 교회 운영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 사역 등 교회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며 “물리적 공간은 작지만 에너지는 어느 교회 못지않게 크고 충만하다”고 말했다. 김포=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하이브리드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가는 중간 역할을 하듯, ‘공유교회’가 성전 개념의 템플(temple) 교회에서 예배당 중심의 채플(chapel) 교회로 가는 다리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29일 경기 김포 ‘르호봇 코워십 스테이션(Co-Worship station)’에서 만난 김학범 김포명성교회 목사는 이름도 생소한 ‘공유교회’ 사역을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999년 김포명성교회를 개척한 그는 교회를 매각한 뒤 그 돈으로 2019년 교회 공유 사역 등을 담당하는 선교단체 ‘어시스트 미션’을 설립했다. 2020년 3월 문을 연 ‘르호봇’은 어시스트 미션의 첫 작품으로 현재 김포명성교회, 샘솟는 교회, 시와 사랑이 있는 교회 등 일곱 교회가 같은 예배당을 이용하고 있다.

“저도 처음에는 크고, 유명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상가 내 교회에서 벗어나 우리 교회를 짓기 위해 준비를 했죠. 문득 이렇게 가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400여 명 되는 교인들을 흩어서 작은 교회로 나눠 보내고, 교회를 판 돈으로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했지요.”

공유교회란 한마디로 하나의 예배당을 여러 교회가 나눠 쓰는 형태다. 일요일의 경우 각 교회가 1시간 반씩 시간을 달리해 예배드리는 식이다. 30명 미만의 미자립 교회가 70% 이상 차지하는 한국 교회 현실에서, 공유교회는 임차료 부담을 덜고 작은 교회끼리 연대해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점 때문에 어시스트 미션의 공유교회도 김포시 풍무동 ‘엔학고레’, 수원시 인계동 ‘엘림’ 등 모두 3곳으로 늘어났다. 임차료는 월 30만 원.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현재 엔학고레는 5개, 엘림은 6개 교회가 이용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설립은 어시스트 미션이 했지만, 성과가 좋아 자체 교회가 모든 운영권을 넘겨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5년여 간 세 곳의 공유교회를 거친 교회는 모두 49곳으로 신자 20∼30명 정도의 작은 교회다.

“미자립 교회 목사의 경우 대부분이 별도의 직업을 갖고 생활비와 교회 운영비를 충당합니다. 공유교회가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신도들이 예배당 공유를 낯설어하거나 잘 적응하지 못해 나가는 곳도 있기는 하지요.”

김 목사는 “공유교회 운동이 점차 알려지다 보니 취지에 공감해 공유교회 사역을 시작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교회인 경기 부천 세상의빛동광교회(담임목사 류재상)가 설립한 공유교회 ‘52 처치 앤 카페(Church & Cafe)’도 그중 하나. 김 목사와 어시스트 미션은 행정과 초기 세팅에 대한 조언으로 이 교회 출범을 도왔다.

아이러니하지만, 공유교회 사역을 하며 그의 교회 신자는 400여 명에서 40여 명으로 줄었다. 재정도 약 4분의 1로 감소된 작은 교회가 됐다. 기존 신자들을 인근 작은 교회로 보낸 데다 이사 등으로 인해 자연 감소했고, 교회 매각 대금은 공유교회 사역에 사용한 탓이다.

“저는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서 교회는 채플(예배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교회가 템플(성전)이 돼가는 아쉬움이 있지요. 공유교회는 우리가 초기 종교개혁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주 좋은 ‘리셋’ 기회이자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목사는 “경제적인 장점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유가 아닌 공유의 정신이 관성에 젖어 있는 우리 신앙 생활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공유교회가 본질적인 영성을 찾을 수 있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공유교회#김포명성교회#어시스트 미션#예배당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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