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스테이블코인 발행기준 ‘50억→5억’ 확 낮춰… 韓銀선 ‘신중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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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안보다 기준 완화한 법안 발의
핀테크 등 비은행에 진입 문턱 낮춰… 파산땐 ‘기업자산-준비금 분리’ 마련
일각 “업체 난립땐 코인런 관리 우려”… 한은 “은행권 허용후 단계적 도입을”

더불어민주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의 최소 자본금 기준을 5억 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법안을 10일 발의했다. 핀테크, 가상자산 스타트업 등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함으로써 가상자산 시장을 더 키워 나가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나 한은 안팎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많아지면 관리·감독이 힘들고 시장에 부정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10일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과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등이 디지털 자산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할 위기”라며 “디지털 자산 시장은 속도가 중요하다. 글로벌 G2(주요 2개국)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5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4월에 나온 초안에서는 최소 자본금 기준이 50억 원 이상이었지만 ‘허들’을 최소 5억 원으로 확 낮췄다.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전제로 핀테크 등 비은행에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또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 계획과 연도별 시행 계획을 추진하도록 규정했다.

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자산연동형 디지털 자산에 대해 사전 인가를 통해 시장 진입을 규제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고객 자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기업 자산과 준비금을 분리하는 ‘도산절연’ 장치도 마련됐다. 테더, 서클 등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같이 발행 물량에 맞춰 일대일로 준비금을 마련해 두도록 하고 보안을 위한 각종 물적, 인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민 의원은 “기본적으로 이 법안은 규제 법안이 아닌 ‘가드레일’ 법안”이라며 “대통령께서도 (디지털 자산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하고 윤한홍 (국회 정무위) 위원장님도 ‘빨리 하겠다’는 상황”이라며 법안의 신속 처리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기대가 커졌지만 당국과 한은에서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당국에서는 ‘자본금 5억 원 이상’ 규정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성평가를 하더라도 법에서 다른 조건을 적시하지 않는 이상 자본금 5억 원 이상을 충족했는데 인가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며 “국회 법안소위에서 당국의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체가 무분별하게 난립하다 보면 당국이 ‘코인 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등 시장을 관리 감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통화 당국인 한은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한은은 다음 달 1일 ‘스테이블코인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여당의 법안 발의 소식에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다. 콘퍼런스 대신 공청회를 열어 스테이블코인 발행 전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한은은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원화 화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며,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의 대체재라 비은행 기관이 마음대로 발행하면 통화 정책 유효성을 상당히 저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사용되는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더라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도리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의 교환이 확대돼 결국 자금을 해외로 반출하는 경로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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