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관세 협상 어디로]
현대차, TF 가동해 영향 분석 돌입
일본車 가격 인하땐 타격 불가피
韓기업, 추가 투자 재원 발굴 어려워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 타결로 자동차 품목 관세를 12.5%(기존 관세 2.5% 포함 시 15%)까지 낮춤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관세를 15% 이하로 낮추지 못할 경우 미국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일본보다 높은 관세가 매겨져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 미국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는 위기감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3일 미국이 일본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를 12.5%로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상설조직인 관세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영향 분석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의 점유율 격차를 계속 줄여오던 차에 ‘돌발 변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총 89만3152대의 차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2% 늘어난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 대수다. 현대차는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올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11%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기업이 낮아진 관세율 덕에 가격을 동결하거나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김에 따라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 인하로 일본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커지면 한국 자동차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간 현지 재고분을 활용하거나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고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면 앞으로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은 추가 대미 투자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14, 15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각각 만찬 회동을 갖고 각 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대로 늘린 상황이라 추가 투자 대상이나 재원을 발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대상 외국인직접투자(FDI)는 220억8438만 달러로 2014년 투자액(59억8599만 달러)의 3.7배로 늘었다. 현대차도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 3월 정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4년간 21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관세 리스크 속에 기업 체감경기는 갈수록 악화되는 형편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가 92.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94.6) 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100 이하면 해당 분기의 체감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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