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서 양산계획 구체화… 가치 급등
정의선, 연내 상장 성공땐 자금 확보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해소 ‘청신호’
‘아틀라스’ 효과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예상 기업가치 전망이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 2026’에서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높게 잡고 있다.
22일 KB증권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128조 원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중국의 노동 가능 인구가 1억 명 이상 줄어들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2035년에는 96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이 중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전체의 15.6%인 150만 대를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하면 146조 원 규모의 회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이 테슬라의 35.5%라는 점을 감안해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사업 가치인 2800억 달러(약 397조 원)의 35.5%를 추산한 값이다. 다올투자증권도 “아틀라스가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2030년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경쟁 휴머노이드 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추정치다. 미국 ‘피규어(Figure) AI’의 기업가치는 56조 원, 중국 유비텍(UBITEC)이나 유비트리의 기업가치는 12조 원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평가와 기업가치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높아진 이유로는 양산 계획이 이번 CES를 통해 구체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절이나 손가락 등이 생산 현장 투입에 최적화된 점,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등 부품 및 운송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확대가 용이한 점 등도 회사 평가를 높이는 지렛대가 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계속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해소 및 정의선 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수록 지분의 22%가량을 보유한 정 회장의 ‘자금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 외에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7%, 현대글로비스가 11%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아직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현대모비스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에 불과하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합쳐도 7.7%가량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그룹사를 수직계열화할 경우 기아와 현대제철, 글로비스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회장이 사들이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매입 자금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내년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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