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땐 ‘원유 동맥경화’…韓수입원유 70% 경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2일 17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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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선박(자료사진). 호르무즈 해협=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국이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에 나서자 정부와 기업들은 국내 산업에 미칠 여파를 살피며 휴일 긴급 상황 점검에 나섰다. 중동산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궁지에 몰린 이란이 중동 원유 수송의 호르무즈 해협을 사상 처음 봉쇄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휴일 비상점검 나선 민관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최남호 2차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중동산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상황을 점검하고 중동 인근을 지나는 원유 및 LNG 운반선의 정상 운항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기업들도 주말 사이 전해진 미국의 이란 공습 소식에 즉각 상황 점검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스라엘 및 이란 주재원은 최근 인근 국가나 국내로 빠져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에 파견 나간 현대자동차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 ‘크래들’ 직원들 역시 현지에서 빠져나왔다. 현지에 사업장은 없지만 중동 위기로 인해 사업 직격탄이 예상되는 정유, 석유화학, 해운 업체들도 이날 상황을 주시하며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국내 선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이란 및 이스라엘을 우회할 수 있는 노선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 진출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어 에너지, 물류 업체들 위주로 현지 상황을 살피며 여타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원유 동맥경화’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이란 공습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나가는 좁은 해협인 호르무즈 해협 때문이다. 이란은 이미 13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주장을 하고 나섰다.

평균 폭 55km, 수심 56m인 이 해협이 봉쇄되면 전 세계의 ‘원유 동맥경화’가 발생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시설은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야 하는 페르시아만 연안 혹은 그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 본사도 페르시아만 인근 도시 다란과 담맘에 있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란은 수차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해 왔지만 아직까지는 실제 단행된 적이 없다.

韓 수입 원유 70% 호르무즈 경유, 물류비도 우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는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의 전체 수입 원유의 약 70%가 이 지역을 통과한다. 중동산 원유로 한정하면 전체의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현실화하면 70달러 선으로 급등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류 비용 급증도 불가피하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월 1,300 선이던 것이 이달 2,000을 넘었다. 미국의 이란 공습 리스크가 반영될 경우 운임지수 상승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해외 건설 수주에 미칠 여파를 주목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동에서 수주한 금액은 56억4174만 달러로 전체 누적 수주 금액 대비 48.5%를 차지했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장기화되면 올해 한국 경제가 1%대 성장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0%로 전망했는데, 이것은 미국의 이란 타격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나온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하반기(7~12월) 수출액이 전년 대비 3.8%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 정세 변화에 따라 이 수치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도 기존 (중동) 거래소 대신 다른 지역에서 대체 원유를 도입하는 것을 준비하는 중”이라며 “최악의 경우 자동차 2부제 등 수요를 절감할 수 있는 에너지 전략 조치도 발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호르무즈해협#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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