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이 금리 8%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시장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Getty Images
월가 최대 은행 수장이 시장의 ‘금리 인하 전제’에 제동을 걸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경우, 금리는 더 높고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다는 경고다.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주주 서한에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긴장과 재정 지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겹치면서 물가 흐름이 시장 기대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이먼은 중동 정세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이란과의 충돌이 현실화될 경우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물가가 반등하면 금리 역시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
금리 하락을 전제로 형성된 자산 가격 역시 재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 AI·재정·전쟁…“물가 압력은 구조적”
다이먼이 강조한 것은 단기 변수보다 구조다. 글로벌 빅테크 5곳의 AI 관련 지출은 올해 7250억달러(약 9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에너지와 인프라 수요를 자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재정 지출 확대, 공급망 재편, 글로벌 재무장 흐름까지 겹치고 있다. 비용을 밀어올리는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단일 요인이 아니라 여러 축이 겹친 ‘구조적 압력’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 “금리는 자산 가격의 중력…지금이 더 위험”
다이먼은 금리가 2%로 내려가는 시나리오뿐 아니라 8% 이상으로 상승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금리 수준을 예측했다기보다, 금융 시스템이 견뎌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시장에 깔린 금리 낙관론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는 금리를 “거의 모든 자산 가격에 작용하는 중력”에 비유했다. 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될 경우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3.50~3.75%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했고, 시장은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발언은 금리 경로가 시장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AI는 기회이자 리스크…속도가 문제”
AI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놨다. 다이먼은 “AI는 전기나 인터넷보다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며 생산성 개선 효과를 언급했다. 다만 전력,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인프라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
딥페이크와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리스크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시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겠지만,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 “결국 변수는 인플레”
다이먼이 반복해서 강조한 건 인플레이션이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서서히 올라가는 경우”라며, 이 경우 금리 상승과 자산 가격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전쟁, 재정, 공급망, AI 투자까지 여러 요인이 겹치는 환경에서는 단일 변수보다 복합 충격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하 기대가 남아 있다. 다만 이번 서한은 그 전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금리 경로뿐 아니라 자산 가격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