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검토 중인 특허제도 개편이 현실화되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특허 유지 비용이 최대 약 10배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에 2만 건 이상 특허를 둔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들의 특허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특허제도 개편의 핵심은 특허의 가치평가”라며 특허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미국 내 특허 보유자는 미 특허청(USPTO)에 주기적으로 특허에 대한 ‘정액 수수료’를 내 왔다. 보통 한 건당 수천 달러에서 최대 1만 달러 정도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특허 보유자에게 각자 보유한 특허 가치의 1∼5%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수입을 극대화하려는 취지다.
김 연구원은 모형을 단순화하기 위해 총 특허 가치를 미 특허청 특허권 수수료 수입의 10년 치로 가정했다. 김 연구원은 “특허 가치를 고려한 특허권 1건의 수수료 비용은 11만5000달러(약 1억6000만 원)고, 한국 기업의 수수료 인상 비용은 26억6000만 달러(약 3조7000억 원)로 산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이 부담한 특허권 수수료는 대략 2억7000만 달러(약 3751억 원)로 추정되는데 이의 9.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WSJ도 “(특허 수수료 변화는) 미국을 글로벌 기준에서 이례적인 국가로 만들며, 국제적인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에 진출한 삼성, LG 같은 외국 기업들도 미국 내 최대 특허 보유자들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특허제도 개편이 한국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의 특허제도 개편은 세입 확대와 더불어 3개월 후 예정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맞서 특허제도 개편은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특허가 많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 기업은 특허 유지 비용 부담이 가중되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이 제약돼 통신과 전자·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등의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접근이 제약된다면 한국 기업들의 반사 수혜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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