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GM과 차량 5종 공동 개발
비용 줄이고 미주시장 공급망 효율
삼성, 애플 차세대 칩 텍사스서 생산
반도체 관세 대비한 현지화 전략
현대자동차가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네럴 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지난해 9월 12일 밝혔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겸 CEO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2024.09.12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가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중남미·북미 시장을 겨냥해 자동차를 공동 개발한다. 삼성전자도 애플, 테슬라 등과 반도체 생산 협력을 맺고 시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폭격에 글로벌 기업들도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관세로 늘어난 각종 개발 및 생산 비용 등을 공동 부담해 트럼프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GM과 5종 공동 개발
현대자동차는 7일 GM과 차량 5종을 개발해 2028년 출시한다고 밝혔다. 개발 차종은 중남미 시장용 중·소형 픽업과 소형 승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승합차 등이다.
이번 공동 개발은 현대차와 GM이 지난해 9월 체결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에 따른 것이다. 애초 두 기업은 올해 초 구체적인 협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논의가 길어졌다.
현대차와 GM 측은 발표가 지연된 것이 미국 관세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미국의 각종 관세 정책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이 자동차임을 고려하면 두 기업의 협업 내용이 관세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와 GM은 “5종의 신차 개발 비용을 공동 분담함으로써 플랫폼 비용을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급망과 물류 분야에서도 상당한 효율이 있을 것이고, 모두에게 장기적인 재정적 이익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에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로보틱스 등에서 인공지능(AI)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6월 10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삼성전자 DSA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사장 겸 CEO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2024.06.10 서울=뉴시스삼성전자는 애플의 차세대 칩을 미국 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애플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설은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와 반도체 관련 칩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만큼 삼성전자의 현지화 전략의 목적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애플 외에도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 넘어 국가들도 ‘합종연횡’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합종연횡은 기업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을 넘어 유럽연합(EU), 인도 등의 국가들도 트럼프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맞잡고 무역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EU는 올 상반기(1~6월) 호주·캐나다·일본이 주축인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협력을 제안했다.
미국과 관세 협상 불협화음을 보이는 전통적인 우방국 캐나다도 에콰도르, 브라질이 속한 남미공동시장 등과의 무역협정을 맺으며 미국 의존도 낮추기에 골몰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통상질서 전환과 대한민국 통상의 새로운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주요국의 보완재적 파트너로서 전략적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상호주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다자체제가 약화되고 미국 주도의 양자 통상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며 “수출시장과 품목을 구조적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주영 경제안보·통상전략연구실장은 “미·중·EU 등 주요국의 자국 산업 중심주의에 대응해 전략산업 연계형 가치사슬 재편과 양자 맞춤형 협력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수출시장·품목·방식의 구조적 다변화를 통해 통상 리스크를 분산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산업 협력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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