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서 시민들이 EMS 물품을 접수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행정명령을 통해 800달러 이하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혀 오는 29일부터 서류 및 서신 등을 제외한 미국행 모든 국제 우편물은 신고 및 관세(15%)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우체국은 미국행 선편 소포는 20일, 소형포장물 및 항공소포는 25일, EMS는 26일 접수분을 중단하며 EMS 프리미엄만 발송 가능하며, 수취인이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2025.08.25 뉴시스
미국이 29일(현지 시간)부터 800달러(110만 원) 이하 소액 소포 면세 혜택을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해외 역(逆)직구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K뷰티·K패션은 물론 최근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을 탄 K굿즈 소액 상품까지 관세 부담이 더해져 역직구몰을 운영하는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800달러 이하의 수입품은 더 이상 면세 대상이 아니다”란 내용의 행정명령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5월 미국은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를 겨냥해 중국발 소액 소포의 면세 혜택을 폐지한 바 있다. 이번에 대상을 전 세계로 확대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29일부터 한국산을 포함한 모든 해외 상품을 구매할 때 금액과 상관없이 15% 관세를 내고 통관 절차까지 밟게 됐다.
그동안 한국의 역직구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해외 직접판매액은 2014년 6791억 원에서 지난해 1조7225억 원으로 약 154% 증가했다. 주력 품목은 지난해 기준 화장품(9912억 원)과 의류(3037억 원), 음반(1106억 원) 순이다. 특히 미국 판매액은 같은 기간 964억 원에서 3448억 원으로 약 258% 늘어 중국, 일본과 함께 최대 역직구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K굿즈도 역직구 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올랐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자사 해외 서비스인 ‘글로벌번장’을 통한 올해 6월 K굿즈의 역직구 판매 건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78%, 거래액은 56% 늘었다.
이번 조치로 K뷰티·K패션·K굿즈를 앞세워 성장해온 미국 역직구 시장이 위축될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가격 경쟁력이 악화되고, 그만큼 구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온라인 구매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의 47%가 배송비·세금 등 추가 비용 부담을 꼽았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미국으로 배송되는 주요 품목들이 고가는 아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가 붙는 순간 구매를 주저하게 해 역직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자료를 인용해 미국 내 테무와 쉬인의 5월 일일 활성이용자수(DAU)가 3월보다 각각 52%, 25% 감소했다고 전했다.
역직구몰을 운영하는 국내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K뷰티 역직구 플랫폼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운영하는 CJ올리브영 관계자는 “관세 적용으로 일부 영향은 있겠지만 국내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제도 시행 후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했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 절반 이상은 미국에서 나왔다. 글로벌 아모레몰을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국 고객 입장에서 통관시 관세 납부라는 추가 절차가 생겨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객 이탈 최소화를 위해 자체 프로모션 등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기준 글로벌 아모레몰 전체 방문객의 70%는 미국 고객이다.
개인 셀러(판매자)들은 관세 부담에 더해 우체국 국제 우편까지 막히면서 이중고에 내몰렸다. 우정사업본부가 25일부터 미국행 국제 우편 접수를 중단하자 개인 셀러들은 단가 부담이 큰 민간 특송을 이용할 수 밖에 없어 아예 미국 발송을 중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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