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칩 업체들 잇단 IPO… “반도체 굴기 실탄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4일 00시 30분


엔비디아-AMD 출신들 회사 세워… ‘GPU 유망주’ 2곳, 2조6000억 조달
후발 주자 2곳도 내년 상장 예정… 美 AI칩 대체 ‘딥시크 모먼트’ 전망
中, ‘엔비디아 AI칩’ 수입 승인 안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칩 국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잇달아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이 기업들은 엔비디아, AMD 등 미국 양대 반도체 회사 출신들이 세운 회사로 오랜 노하우를 활용해 빠르게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이 앞서 저비용 고효율 AI 모델인 딥시크를 내놓으며 세상을 놀라게 한 데 이어 반도체에서도 기존 미국 AI칩을 대체하는 ‘딥시크 모먼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 美빅테크 출신이 설립해 줄줄이 상장

23일 외신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4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유망주’로 불리는 기업 중 2곳인 ‘무어스레드’와 ‘메타X 집적회로 상하이(메타X)’가 이달 상하이 증시에 줄줄이 상장해 각각 80억 위안(약 1조6900억 원), 42억 위안(약 89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무어스레드는 엔비디아 글로벌 부사장 및 중국 총괄이었던 장젠중이 2020년 세운 회사다. 당시 엔비디아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해 화제가 됐다. AI, 영상 처리, 고차원 계산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는 GPU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립 초기부터 중국 주요 기관의 투자를 유치했다.

메타X 창업자 천웨이량.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메타X 창업자 천웨이량. 회사 홈페이지 갈무리
메타X는 2020년 미국 AMD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회사다. 메타X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고성능 AI용 GPU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GPU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AMD 출신이 세운 회사인 만큼 경쟁력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두 회사 모두 설립한 지 5년이 넘어 자체 기술력도 상당히 축적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들에 대한 기대는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무어스레드와 메타X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6배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나머지 중국 GPU 유망 기업인 비런테크놀로지와 상하이 엔플레임테크놀로지 역시 상장을 앞두거나 추진하고 있다. 비런테크놀로지는 내년 1월 2일 홍콩 증시에 상장될 예정이다. 홍콩 증시에 중국 GPU 업체가 상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런테크놀로지는 IPO를 통해 최대 48억5000만 홍콩달러(약 9300억 원)를 확보할 계획이다.

● “수출 통제가 중국 기업에는 기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신생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성장하면 엔비디아 등 미국 중심의 AI칩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내고 중국의 AI칩 국산화율이 2023년 17%에서 2027년 5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번스타인은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통제로 중국 AI칩 업체들은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 최고 업체들과 경쟁하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으로 엔비디아 칩을 수출하는 것을 다시 허용했지만 오히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내년 2월경 AI 칩인 H200 4만∼8만 개를 수출할 계획을 제출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 칩이 반입되면 중국의 반도체 발전을 늦출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효율이 좋은 방식의 AI칩을 내놓고 있다”며 “딥시크와 같은 갑작스러운 충격이 아니더라도 느리지만 막을 수 없는 쓰나미처럼 엔비디아를 대체할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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