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의 위성도시, 케임브리지에 있는 켄달스퀘어는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인 1제곱마일’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의 국제적 허브인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끊임없이 혁신을 불어넣는 다양한 요소와 역량이 결집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같은 세계 최고의 연구·교육기관들과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자리한 가운데, 지금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 조직과 기업들이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어선 협력이 일상화되고 있다. 글로벌 협력을 통한 혁신은 이미 현대 과학기술 발전의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글로벌 협력에 팔을 걷고 나서며 그 컨트롤타워로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글로벌 연구개발(R&D) 특위’가 출범한 지 1년이 막 지났다. 그동안 한국은 첨단기술 영역에서 전 세계의 핵심적인 연구 주체들과 협력을 본격화했다.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는 켄달스퀘어를 향한 ‘보스턴 코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양자 분야에서는 스위스 연방공대(ETH Zurich)와의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올해부터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유럽연합(EU)의 다자간 연구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참여하게 됐다. 세계 주요 지역에 8개의 ‘글로벌 R&D 전략거점센터’도 마련해 글로벌 협력을 위한 수요 발굴부터 기획 및 진행, 협력 파트너 연계,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R&D를 두고 여전히 적잖은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외국과의 협력 이후 그 성과를 제대로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이미 ‘국제공동연구 매뉴얼’을 만들어 성과 배분 기준, 분쟁 발생 시 준거법령, 계약서 작성 시 유의 사항 등을 꼼꼼하게 제시했다. 특히 우리가 투자한 만큼 지적재산권 및 실시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되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파트너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하고 계약할 수 있도록 법률·특허 전문가를 연계해 자문을 지원하고, 자문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확산되도록 관련 시스템도 갖춰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27일 개최된 글로벌 R&D 특위 제5차 회의에서 ‘글로벌 R&D 법률·행정지원 강화방안’을 심의·의결했다.
글로벌 협력을 통한 R&D는 인류 과학기술의 진보에 보편적 기여를 할 것이다. 다만 개별 참여국가 입장에서는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이 있다. 누군가가 정부 예산사업의 일환으로 글로벌 협력에 참여할 때는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있으며 기여한 만큼의 성과가 귀속돼야 한다는 인식이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점을 늘 생각하면서 글로벌 협력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 R&D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 이제 1년 남짓,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기에는 이르지만 그 기틀은 착실히 다져나가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