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확정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대중교통 이용금액을 환급해주는 ‘K-패스’ 지원을 더 늘리고, 취약계층 유가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고유가로 인한 부담을 낮춰주는 사업 위주로 증액됐다. 전 국민의 70%에게 1인당 10만~60만 원을 주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기존 정부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정부는 이달 중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에 1차로 지원금을 지급한 뒤 소득 기준을 마련해 5월 중 2차 지급에 나설 계획이다.
● 대중교통 ‘K-패스’ 지원 대폭 확대
우원식 국회의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4회국회(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202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정부)이 가결되자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4.10/뉴스1
국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6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우선 K-패스(모두의 카드) 환급 지원사업이 정부안보다 대폭 늘었다. 당초 정부는 환급형 K-패스의 기본 환급률을 현재 20%에서 30%로 늘리는 등의 사업을 위해 877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중동 전쟁으로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서다.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1000억 원이 증액돼 환급형 K-패스의 기본 환급률이 50%로 오르고, 가격을 절반 이상 낮춘 정액형 상품인 ‘3만 원 반값패스’를 출시한다. 또 환급형은 출퇴근시간대가 아닌 한산한 시간에 이용하면 환급률을 더 높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K-패스 이용자들은 이달 이용분부터 소급 적용해서 다음 달 환급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국민 3577만 명에게 10만~60만 원을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정부안대로 4조8000억 원 반영됐다. 소득이 낮고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에 살수록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다. 이달부터 기초생활수급자 285만 명과 차상위계층·한부모 가정 36만 명에게 먼저 45만~60만 원이 지급된다. 이후 정부가 건강보험료 등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를 선별해 3256만 명에게 10만~25만 원을 준다. 소득 하위 70%는 정부가 각종 복지급여를 지급할 때 쓰는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으로 따지면 올해 3인 가구 월평균 804만 원 정도다. 하지만 정부가 건강보험료 등을 토대로 마련하는 기준은 이와 달라질 수 있다.
농어민 대상 유가 연동 보조금도 정부안보다 확대됐다. 정부는 원래 추경안에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비닐하우스 등 시설 농가와 어업인 등을 대상으로 한 유가연동 보조금을 546억 원을 책정했다. 국회 심사과정에서 트랙터, 경운기 등 농기계에 사용하는 경유 보조금이 추가되는 등 농어민과 화물·여객선 등에 대한 유류비 지원금 2000억 원이 증액됐다. 농민들이 사용하는 무기질비료 구매 비용 지원 증가분도 42억 원에서 73억 원 더 늘었다.
석유화학산업의 기초원료로 최근 수급난이 심한 나프타에 대한 지원금도 정부안보다 2000억 원 늘었다. 수입 비용을 지원해주는 물량을 기존 213만 t에서 261만 t으로 늘리고 단가도 t당 304달러에서 344달러로 인상했다. 에틸렌, 프로필렌 등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중간 원료인 기초유분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도 국비 보조율을 더 높이도록 바꿔 125억 원을 증액했다.
● 국회 증액 막아 ‘빚 안 낸 추경’ 유지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과정에서 각종 증액 요구가 이어졌지만 여야는 최종적으로 추경안의 총지출 규모를 26조2000억 원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국채 발행 없이 초과 세수만으로 추경을 마련한다는 원칙에 여야 모두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만나 추경안 처리에 합의했다. 그간 국민의힘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두고 6·3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정부의 ‘현금 살포성 사업’이라며 삭감을 요구했지만 이날 여야는 막판에 이견을 좁히는 데 성공했다.
대신 국민의힘에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던 대중교통 이용금액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이 추경에 포함됐다. 국민의힘이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중화권 시장 유치 확대’ 사업은 ‘글로벌 시장 유치 확대’로 변경됐다.
이번 추경 재원은 법인세, 증권거래세 등 초과 세수 25조2000억 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 원으로 충당한다. 정부안대로 1조 원은 국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 이로써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의 51.6%에서 50.6%로 소폭 개선된다.
정부는 추경의 신속한 집행을 위해 1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추경 국회 증액에 대한 동의 및 예산 배정계획을 의결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중동 전쟁으로 인한 민생과 기업의 어려움을 빠른 시일 내 완화하기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추경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