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1.22/뉴스1
“이때쯤이면 가게마다 테이프로 포장하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절간이나 다름없죠.”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오후 찾은 전남 영광군 법성포 굴비거리. 설 대목을 맞았지만 가게마다 말려놓은 굴비만 주렁주렁 걸려있을 뿐 찾는 이 하나 없이 썰렁하다.
예년 명절 같으면 가게마다 ‘찌이익’ 하는 테이프 포장 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을 시기지만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다.
설 명절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거리의 한 가게가 주문량이 줄어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1.22/뉴스1가게 내부는 전화 한 통 울리지 않고 팩스는커녕 온라인 주문을 알리는 알림도 없다.
통상 택배가 금요일 마감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흘이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분주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늦은 주문이 밀려올까싶어 여유 있게 만들어 둔 포장 상자와 테이프는 용도를 잃은 모습이다.
2대째 굴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이맘때 밥도 못 먹고 일해야 하는데 밥만 잘 먹어서 큰일이다”며 “지난 주말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고 씁쓸해했다.
상인들은 지난 추석과 비교해 이번 설 명절 주문량은 반토막났다고 입을 모았다.
비상계엄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기존 거래처들 또한 주문을 절반 또는 아예 줄인 곳도 많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설 명절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 굴비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1.22/뉴스1 30년 경력의 60대 배 모씨도 “명절 때 벌어 반년 먹고 산다는 건 다 옛말이다”며 “활기 넘쳐야 할 곳이 절간이나 다름없이 조용하다. 포장 테이프 소리 나는 곳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인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로 참조기 값은 올랐지만, 그에 비해 크기는 작아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추석과 달리 설이 있는 연초는 이른바 지출이 많은 시기로 소비자들의 지갑도 꽁꽁 얼어붙었다.
굴비를 사기 위해 전북 김제에서 왔다는 김 모씨(60·여)는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선물 30상자를 결제했다.
김 씨는 “하도 경기가 어렵다 보니 굴비 대신 다른 선물로 바꿔야 하나 고민했다”며 “그래도 굴비가 임금님 밥상에 오르던 고급 선물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좋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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