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비 감소 21년 만에 최대폭…선방한 수출도 올해는 ‘흐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3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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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소비가 2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면서 3년 연속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내수가 좀처럼 활력을 되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면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산업 생산과 설비 투자는 호조를 보였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었던 2003년(―3.2%)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고금리·고물가가 길어지면서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역대 가장 긴 하락세다.

지난해 소비 부진은 승용차 등 내구재(―3.1%),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4%), 의복 등 준내구재(―3.7%)에서 판매가 모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매업태별로는 전년 대비 무점포소매(2.4%), 면세점(3.1%)에서 판매가 증가했으나, 전문소매점(―3.4%),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4.1%), 슈퍼마켓 및 잡화점(―5.9%), 백화점(―3.3%), 대형마트(―2.3%)에서 판매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의 여파로 연말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다. 승용차(―9.1%) 등 내구재(―4.1%)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오락·취미·경기용품 등 준내구재(―0.6%) 판매도 부진했다. 지난해 9월(―0.3%)과 10월(―0.7%) 감소하던 소비가 11월(0.0%) 코리아세일페스타와 같은 할인 행사의 영향으로 보합세로 돌아섰으나 한 달 만에 다시 하락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과 같은) 정치 상황의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부진했던 소비와 달리 지난해 전체 산업생산과 투자는 전년 대비 각각 1.7%, 4.1% 증가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광공업(4.1%)과 서비스업(1.4%) 생산이 늘면서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2.9%) 및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7.8%)에서 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건설업 부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건설기성은 4.9% 감소해 2021년(―6.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집계한 통계다.

소비 부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올해에는 산업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이 하나 둘씩 실현되고 있어 우리나라 수출 기업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올해 1월 수출액도 491억2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0.3%포인트 감소했다. 월별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은 16개월 만이다. 지난달 무역수지 역시 18억9000만 달러 적자로 19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멈췄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본적으로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기조”라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미국으로 옮기게 되면 국내 생산 지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 감소#산업 생산#설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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