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끝을 향해 가는 전쟁과 한국 방위 산업의 과제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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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환 대신증권 책임연구위원
이태환 대신증권 책임연구위원
‘세계 평화’라는 말을 3년간 잊게 만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끝이 보인다. 그간 우크라이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된 뒤 추가 지원이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등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주변 유럽 국가들 역시 장기화된 전쟁으로 피로감을 느끼면서 러-우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해 냉담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단독으로 전쟁을 지속할 능력은 고갈됐다. 외부의 추가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종전을 바라는 자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공세를 강화 중이고 러시아 역시 북한군을 투입했지만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이며 연내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종전으로 유럽의 주변국들이 느낄 안보 위험이 당장은 줄어든다. 한국 방산업체들이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에 제공할 수 있었던 강점 중 하나가 ‘신속한 납기 준수’였던 만큼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재 20% 수준인 EU 역내 무기 구입 비중을 2035년 60%로 올리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비EU 국가를 상대로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다. 또 무기 양산 체계가 무너졌던 독일이 전차, 장갑차 생산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방위산업은 주요 고객이 각국 정부인 만큼 단순히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만 가지고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시장이다. 해당 국가가 맺고 있는 외교 관계가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NATO 회원국이 다수 포함된 유럽의 무기 확충 수요가 반드시 한국 방산의 수출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또 향후 입찰 시 더 까다로운 가격 산정, 기술 공유 조건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한국 방산업체 수출 규모는 2022년 173억 달러(약 25조2285억 원), 2023년 130억 달러, 2024년 95억 달러 등 작지 않은 규모지만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방위산업의 3대 장점인 ‘실전 사양의 우수한 제품 성능’, ‘높은 가성비와 납기 준수 능력’, ‘현지 생산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핵심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은 이상 수출 기회는 앞으로 충분히 제공될 것이다. 한국이 목표로 삼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을 위해서는 수출 지역 다변화, 무기 수입국과의 외교 및 국방협력 관계 강화, 첨단 무기체계(무인화, MUM-T 등) 개발 등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장기 성장 추세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방위 산업#전쟁#우크라이나 전쟁#도널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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