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10년 이어온 ‘간판’ 울트라콜 단계적 폐지
‘효율성’ 내세운 쿠팡이츠… 이용자수 격차 좁혀져
우려 목소리 여전… 지방상황 및 수수료 인하도 변수
서울의 한 음식점에 배달의민족 가맹점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모습. 2024.7.10 뉴스1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업주간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을 받은 울트라콜 상품을 폐지하기로 했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의 추격이 맹렬한 가운데, 수천억 원 대 고정 매출을 포기하더라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배수진을 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민은 오는 4월 1일부터 울트라콜 상품을 지역별로 순차 종료하는 등 연내 단계적 폐지하기로 했다. 울트라콜은 깃발 1개당 월 최소 8만 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지역의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고,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이른바 ‘깃발 꽂기’라고도 불리는 울트라콜 상품은 업주들이 필요에 따라 깃발 개수만큼 월 고정비를 내고 이용할 수 있어 지난 10여 년간 배민 성장을 이끌었다.
손실 우려에도 결단 이유… ‘2위’ 쿠팡이츠의 무서운 추격
서울 송파구 쿠팡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앞. 뉴스1 업계에서는 울트라콜 상품 종료로 배민이 단기적으로 상당한 재무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트라콜은 주문만 중개하는 ‘가게배달’ 상품이다. 배달까지 직접 책임지는 ‘자체배달’과 달리 배달 서비스 운영과 관련한 비용 부담이 없다.
지난 2023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민이 울트라콜 상품으로 연간 약 7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배민 업주 30만 명(2023년 배민 발표 기준)의 70% 가량이 평균 3개씩 깃발을 꽂는다고 가정하면, 김 의원의 주장과 비슷한 계산이 나온다.
배민의 이번 결정은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분석된다.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서비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 시장 1위 위치를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츠는 지난해 요기요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올라섰다. 국내 앱 마켓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월간활성이용자(MAU)도 지난달 기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1위인 배민은 2261만 명이다.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배민의 이용자수는 2243만 명이다. 같은 해 1월 2245만 명에서 오히려 줄었다. 반면 쿠팡이츠는 같은 기간 553만 명에서 963만 명으로 81% 급증했다.
배민의 ‘깃발’이 걸림돌 됐다?… 효율성 저해 지적
배달의민족 앱 화면. 음식배달과 가게배달 영역이 나눠져있으며, 가게배달 영역에 오픈리스트와 울트라콜 매장이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쿠팡의 ‘수요자 중심’ 사업 및 서비스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커머스 1위 사업자인 쿠팡은 지난 2019년 말 자체배달 100% 구조로 배달앱 시장에 진출했다. 특히 정률제 수수료를 적용한 단일 요금제 및 쿠팡 와우 멤버십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또한 최근 이어진 단건배달 및 무료배달 경쟁 등으로 시장 자체가 자체배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됐다.
국내 배달앱 서비스 초기 모델인 가게배달 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배민, 요기요 등은 변화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민의 경우 업계에서 마지막까지 울트라콜을 운영하면서 △배민1플러스(자체배달, 정률제) △울트라콜(가게배달, 정액제) △오픈리스트(가게배달, 정률제) 등 서비스 및 상품 구조가 복잡해졌다. 서비스를 개편할 때마다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된 것이다.
동일 가게가 중복으로 노출되는 문제도 있다. 소비자에게 같은 가게가 배민1플러스, 오픈리스트, 울트라콜 등으로 여러 개 노출됐으며, 리뷰와 메뉴 구성도 달라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초래했다. 업주도 서비스에 따라 개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지속됐다.
이미 업주들 사이에선 울트라콜 상품의 효용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요도 꾸준히 줄고 있던 상황. 그럼에도 경쟁에서 밀릴 것을 우려해 섣불리 ‘깃발’을 뽑지 못하는 업주들도 많았다. 출혈 경쟁 불만이 커지면서 결국 국정감사까지 번지게 된 것이다.
업계 “경쟁 본격화될 것… 리스크도 많아”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신임대표. 이러한 흐름 끝에 배민은 결국 서비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울트라콜 상품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신임대표는 지난달 취임 첫 전사발표에서 2025년 배민을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라놓겠다”며 ‘고객 가치’와 ‘고객 경험’을 우선으로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소비자가 음식배달과 가게배달(오픈리스트, 울트라콜)을 구분해 식당을 찾도록 돼 있는 앱의 구조에 대해 꼬집기도 했다.
다만 쿠팡이츠의 지방 공략 및 확대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울트라콜 상품 종료에 따른 지방 가게배달 이용 업주의 이탈이 변수다. 지방의 경우 가게배달 및 울트라콜 가입 업주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고정 매출을 잃은 배민에게 울트라콜 종료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배민은 당장 이달 26일부터 지난해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도출한 상생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최대 7.8%P 인하한 수수료를 자체배달 이용 업주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수료 수익 감소까지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안 시행으로 배달앱에 수수료 인하가 모두 적용되면 앞으로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배민이 이번 개편으로 인한 매출 손실, 업주 이탈 등 리스크를 극복하고 서비스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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