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받는 급여에서 원천징수되는 근로소득세는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 늘어난다. 과세표준은 급여에서 각종 공제액을 뺀 금액인데, 매년 급여는 일정 수준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세율이 24%에서 35%로 크게 뛰는 경계선인 ‘과세표준 8800만 원’은 17년째 유지돼 오면서 ‘그림자 조세’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근로소득세는 8개의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6∼45%의 세율이 적용된다. 과세표준이 1400만 원 이하면 가장 낮은 6%를, 10억 원이 넘으면 45%를 곱해 근로소득세를 계산한다. 연봉 7800만 원을 받는 근로자들은 평균적으로 1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들의 평균 과세표준이 5000만 원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자들이 흔히 포함되는 과세표준 ‘8800만 원 초과∼1억5000만 원 이하’부터는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직전 과세표준 구간인 ‘5000만 원 초과∼8800만 원 이하’보다 11%포인트 높은 세율이다. 그 이후 구간부터는 2∼3%포인트씩 세율이 높아진다. 8800만 원을 경계로 세율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세금 부담이 확 늘어나는 경계선은 2008년 이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물가가 40% 가까이 뛴 것을 감안하면 당시의 8800만 원은 현재 약 1억2000만 원과 같은 가치를 지닌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그 가치는 줄었는데 세금은 더 많이 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소득세 물가 연동제’ 도입에 대해 “종합적으로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득세 물가 연동제는 물가가 오른 만큼 과세표준 구간의 상한선을 올려 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소득세의 과세표준 구간 상승 효과의 추정과 영향 분석’ 논문에서 물가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가구당 평균 소득세를 353만 원(2022년 기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물가 연동제 도입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안창남 전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물가 흐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소리 없는 증세’와 다를 바 없다”며 “세법 자체를 고치기 어렵다면 최소한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소득공제액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직장인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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