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1505명 대상 증시인식 조사
79% “향후 美투자 확대할 의향”
‘국내시장 투자 확대’는 54% 그쳐
“유망기업 발굴 위주로 정책 바꿔야”
국내 투자자 2명 중 1명은 한국보다 미국 증시를 더 선호하며, 그 이유는 미국 기업들의 혁신성과 그에 따른 높은 수익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떨어지는 성장동력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주 환원이나 지배구조 개선 중심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온라인 플랫폼 ‘소플’을 통해 국민 1505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4.5%가 미국 시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장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23.1%에 그쳤다. 21일 기준 한국예탁결제원이 보관 중인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은 1154억 달러(약 166조 원)에 달한다.
미국 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기업의 혁신성·수익성’(27.2%)이 꼽혔다. ‘활발한 주주 환원’(21.3%), ‘국내 증시 침체’(17.5%), ‘미국 경제 호황’(15.4%),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14.8%) 등이 뒤를 이었다.
향후 미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79.0%인 반면, 국내 시장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응답률은 54.3%에 그쳤다. 국내 시장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률은 19.1%였는데 미국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률은 5.7%였다.
국내 자본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국내 기업의 혁신성 정체’(34.6%)다.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 미흡’(15.4%)은 ‘규제 중심 기업·금융정책’(23.6%), ‘단기적 투자 문화’(17.5%)보다 뒤로 밀렸다.
최근 전문가들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진짜 원인으로 성장동력의 부족을 꼽았다. 양철원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왕수봉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주 환원, 지배구조, 성장동력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무엇이 과연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설명하는가’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PBR이 1보다 낮으면,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저평가 상태임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금융 당국은 PBR이 낮은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밸류업 정책’을 펼치며 주주 환원 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연구 결과 PBR과 가장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은 성장동력 관련 변수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 및 투자 비중이 높거나,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이 PBR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의 PBR은 낮았다.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액이 많을수록 PBR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한국ESG구조원의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점수와 PBR은 유의미한 관계가 없었다.
주주 환원을 늘리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방점이 찍힌 밸류업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교수는 “업력이 오래되고 전통적인 자본지출 투자가 많은 기업이 많아 가치평가에서 소외된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산업구조 개선을 통해 성장률이 높은 유망 기업을 많이 발굴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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