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 중구 공항철도 서울역 내 고객안내센터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를 이용해 직통열차 승차권을 구입하고 있다. 2023.3.24 뉴스1
현대카드에 이어 신한·KB국민카드까지 이르면 다음 달 간편결제 애플페이를 도입합니다. 현재 현대카드 회원(1265만 명)에게 한정됐던 ‘애플페이’가 ‘빅2’ 카드사 회원(2649만 명, 중복)들의 합류로 사실상 아이폰을 이용하는 전 국민이 쓸 수 있는 결제 서비스로 확장되는 겁니다.
하지만 중소 상공인 입장에서는 애플페이 외연 확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일선 가맹점에서 애플페이 결제를 지원하려면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비접촉 결제’ 규격의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가 필요합니다. EMV 단말기 보급률은 현재 전체 가맹점(약 320만 개)의 10%(32만 개) 수준입니다. EMV 단말기 교체 비용(평균 17만5000원) 문제로 현재 대형 가맹점 위주로만 보급돼 있습니다.
만약 단말기를 갖추지 않았던 중소 가맹점(약 288만 개)이 모두 EMV 단말기로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비용은 504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중소 가맹점이 굳이 비용을 들여 교체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에 업계 관계자는 “‘옆 가게는 애플페이 되는데 여기는 안 돼요?’ 하고 묻는 고객들이 하나둘 늘어나면, 가뜩이나 손님이 한 명이라도 아쉬운 중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돈 들여 신규 단말기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에서는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애플페이를 쓰지도 않는 전체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지적됩니다.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 금액의 0.15%를 카드사가 부담하는데, 이렇듯 비용이 추가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고객 혜택를 축소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실제 애플과 최초 제휴를 맺은 현대카드의 일련의 행보를 보면 ‘기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대카드는 2023년 3월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이후 자사가 주력으로 밀던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혜택을 축소해 왔습니다. 2023년 12월 코스트코 리워드, 스마일카드 에디션2 등의 연회비 인상, 전월 실적 조건 상향 등을 시작으로 아멕스 센츄리온 3종(2024년 2월), 배민현대카드(6월), 대한항공카드 4종(7월), 네이버 현대카드(2025년 1월) 등까지 말이죠.
최근 카드업계 수익성 악화로 가뜩이나 혜택 좋은 알짜 카드 단종이 늘고 있는데 애플페이 확대가 이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2021년 신용카드 단종은 255개, 2022년 67개, 2023년 405개, 2024년 482개 등으로 최근 2년간 급증했습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재까지 애플페이가 시장에서 결제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고민해 보겠다”라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습니다. 신기술의 편의성 증대도 중요하지만, 금융소비자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영향을 비교해 볼 적기를 놓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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