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완성차-IT 대표 업체 협력강화
韓, 車-스마트홈-5G 연동 기술개발
中, 자율주행기술 고도화 추진나서
日,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개발협업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2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x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왼쪽)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동화 시기를 맞아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배터리와 사물인터넷(IoT),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용인=뉴스1
국내 완성차와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이 협력 범위를 배터리에서 차량-스마트홈 연동, 스마트팩토리용 5세대(5G) 통신 기술 개발로 확대하며 다각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6월 이후 약 21개월 동안 양사가 발표한 협력 사례는 총 8건에 달한다. 과거 연간 한두 건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인 변화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전자기기로 변화하는 전동화·디지털화 시대를 맞아 업종의 경계를 넘어 기업 간 기술과 자원을 결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특히 한중일 3국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이른바 ‘국가대표 모빌리티 연합’을 꾸려 전동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삼성전자의 기업 간 거래(B2B)용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를 연동하는 기술 제휴를 2026년까지 완료하고, 그해부터 PV5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2026년 상반기(1∼6월)에 PBV와 스마트싱스 공동 고객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는 이미 2023년부터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카투홈(Car-to-Home)’과 ‘홈투카(Home-to-Car)’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며 차량과 스마트홈 기기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2024년 10월에는 현대차 울산 공장에 삼성전자의 스마트팩토리용 5G 전용 네트워크 인프라를 완비하며 통신 및 제조 분야로 협업을 확대했다.
중국에서는 전기차 선두 주자인 비야디(BYD)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비야디 창업자 왕촨푸(王傳福)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은 지난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주요 민간 기업 대표들과의 회의에 참석해 자율주행-AI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비야디는 최근 자율주행 플랫폼 ‘디파일럿(DiPilot)’을 출시하며 “딥시크의 AI 기술을 통합해 고속도로 주행 지원 기능인 ‘내비게이션 온 오토파일럿(NOA)’과 자동 주차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양사가 공동 개발한 디파일럿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프로그램 ‘신의 눈(God‘s Eye)’은 실시간 위험 감지와 고속도로 주행 지원 기능을 제공하며 현재 21개 모델에 탑재됐다. 이 중 일부는 9550달러(약 1380만 원) 수준의 경제형 차량으로, 테슬라 등 고가 모델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동화 분야에서 한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은 도요타와 소니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라피더스’를 통해 2027년까지 2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공정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10월 소니와 혼다의 합작으로 출범한 소니혼다모빌리티는 AI 기반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첫 전기 세단 ‘아필라’를 내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자동차와 반도체·IT 제조사 간 협력이 필수가 됐다”며 “분야별 글로벌 대표 기업을 가진 한중일은 자국 기업들끼리 힘을 합쳐 전동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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