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물가 1년새 3.6% 상승…국정공백 틈타 ‘도미노 인상’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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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2.26./뉴스1
연초부터 식품 기업의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가공식품 물가가 1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뛰었다. 정부가 기업의 ‘그리드플레이션(탐욕+물가 상승)’을 정조준하고 나선 지난해 1%대 안팎으로 떨어졌던 식품 가격이 정국 혼란을 틈타 고공 행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외식 메뉴 가격은 더 비싸졌고 무, 양배추 등의 가격 오름세도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산불과 고환율 영향까지 본격화되면 먹거리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3.6%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12월(4.2%) 이후 최대폭 뛴 것으로, 오징어채(40.3%), 차(25.3%) 가격 상승세가 특히 가팔랐다. 맛김, 초콜릿, 김치 등도 15~18%가량 비싸졌고 빵과 커피 가격도 올랐다.

최근 곡물을 비롯해 설탕, 유제품 등 국제 식량 가격이 꿈틀거리면서 식품 가격을 밀어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국정 공백기에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2~2023년 큰 폭 뛰었던 가공식품 가격은 정부가 식품기업의 그리드플레이션을 정조준하고 나선 지난해 1%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정점을 찍었던 국제 곡물값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식품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6월 1.2%까지 떨어졌던 가공식품 물가는 비상계엄이 있었던 지난해 12월 2%대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3%를 넘었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양배추를 고르고 있다. 2025.03.09. 뉴시스
외식물가 역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1년 새 3% 올랐다. 특히 떡볶이(5.8%), 치킨(5.3%), 짜장면(4.5%)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메뉴에서 물가가 줄줄이 올랐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리거나 올리기로 한 식품·외식 업체는 40곳에 달했다. 농산물 중에서는 작황이 부진해진 무 가격이 1년새 86.4% 급등했고 양배추와 배추 가격도 50% 안팎 올랐다.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의 영향이 가시화되면 먹거리 물가를 더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산불 영향이 3월 물가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재배 면적을 볼 때 사과·양배추·양파·마늘과 일부 국산 소고기 물가에 향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환율 등을 물가 불안요인으로 짚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환율·유가 움직임, 내수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향후 물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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