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납품 지연-中과 경쟁 심화속
역성장 끊어내고 기대치 웃돌아
스마트폰 4조-반도체 1조 등 추정
美의 반도체 개별관세 예고는 변수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가 올 1분기(1∼3월)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6조 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업계에서는 신작 스마트폰을 출시한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전체 영업이익의 60%가량을 책임지며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조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0.15%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10∼12월)와 비교하면 1.69%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3분기(7∼9월) 이후 2개 분기 동안 이어진 역성장을 끊어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당초 4조9613억 원이었는데 이보다 약 33% 높은 실적을 보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이 지연되고, TV 및 가전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돼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봤으나 그런 우려를 딛고 선방했다.
삼성전자 1분기 매출은 79조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84%, 직전 분기 대비 4.24% 늘었다. 이는 1분기 기준 역대 가장 높은 매출이며, 전체 분기를 놓고 봐도 지난해 3분기(79조1000억 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다.
이번 발표에서는 사업부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MX 사업부가 약 4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한다. 2월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가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가장 짧은 21일 만에 국내 100만 대 판매 기록을 달성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25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등 부품 가격 하락도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1분기 선방에도 2분기 안심 못 해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낸 1분기 영업이익이 약 1조 원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2조 원의 적자가 났지만,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약 3조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을 펼친 덕에 스마트폰 등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미국의 국가 및 산업별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에 대비해 각 업체가 선제적으로 1분기 물량을 늘린 것도 D램 출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2분기(4∼6월) 전망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갤럭시 S25의 신제품 출시 효과가 점차 줄면서 MX 사업부의 실적이 둔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 세계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가량을 맡고 있는 베트남에 상호 관세 46%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삼성전자에는 부담으로 작용된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조만간 반도체 개별 관세를 예고한 만큼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다만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르는 점은 삼성전자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늦어도 6월에는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5엣지의 흥행 여부도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의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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