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면제에 한숨 돌렸던 기업들, 품목관세 예고에 다시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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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마트폰-PC 관세 혼선]
베트남서 폰 절반 만드는 삼성 등
품목관세 리스크 남아 영향 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PC 등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해당 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잠시 안도했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다시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는 품목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50%가량을 베트남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에 매긴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해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 축소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스마트폰과 PC를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한시름을 놓는 듯 싶었다. 지난해 미국의 ‘컴퓨터 및 유사장치’ 부문 수입액은 1414억 달러로 스마트폰의 약 3배 규모다. 미국 스마트폰 및 PC 시장이 고관세로 위축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자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면제가 일시적인 것이고 조만간 다시 품목 관세가 매겨질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등에 매겨질 품목 관세율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국 다시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 일정 수준 타격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곧 발표될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품목 관세에 대한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품목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14일) 답을 주겠다”며 “우리는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품목 관세 부담이 클수록 한국과 중국 등에 주요 제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대만 TSMC가 미국에서 1000억 달러에 이르는 추가 투자 발표를 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대미 투자에 대한 압박감이 커진 상황이다. 두 기업은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각각 370억 달러,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국내 반도체 수출액 가운데 미국 비중은 7.2%였다. 미국으로 곧바로 가지 않고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후공정을 거친 뒤 미국으로 향하는 규모도 상당해 미국의 관세 영향권에 드는 물량은 훨씬 더 많다. TSMC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만으로 들여와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만들고 미국으로 보내는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국내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뒤바뀌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에 경영 계획을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생산기지를 하루아침에 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계속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고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걷히고 난 뒤에야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각 품목에 부과되는 최종 관세율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안도하기 이르다”고 했다.

#관세 정책#스마트폰#PC#트럼프 행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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