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활용해 좋은 원초(元草) 감별…음주-자극적인 음식도 피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4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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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차 박성기 동원F&B 원초 감별사 명장

지난달 27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의 한 항구에서 만난 박성기 동원F&B 원초 감별사(청주공장장)는 최근 해외에서 높아진 김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판매용 김은 100장 당 중량이 250g 정도로 얇게 생산해 고유의 맛을 극대화시키는 형태로 생산하고, 수출용 김은 보통 중량이 100장 당 280~300g으로 좀 두껍게 만들어 스낵용이나 스시용, 김밥용으로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동원F&B 제공


지난달 27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의 한 항구에서 동원F&B의 ‘원초(元草) 감별 명장(名匠)’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기 청주공장장(55)을 만났다. 그는 익숙한 듯 항구에 있는 작은 배에 몸을 싣고 10여 분을 달려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김 양식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는 바닷물에 손을 쑥 집어넣어서 원초를 따고 눈으로 훑은 후 손으로 비벼도 보고, 코에 가져다대고 냄새를 맡았다. 박 공장장은 방금 딴 원초를 내밀며 “좋은 원초는 검붉은 빛깔이 돌고, 고유의 광택이 나며 잡티가 없고 손으로 만졌을 때 탱글탱글한 느낌이 있다”며 “손에 쥐고 짜보면 맑은 물이 나오는 원초는 최고의 원초”라고 말했다.

조미김(기름을 바르고 구워 소금 간을 한 김)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 ‘양반김’을 생산하는 동원F&B의 2대 원초 감별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공장장은 29년의 현장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1996년 동원그룹에 입사한 박 공장장은 1998년부터 원초와 본격적으로 연을 맺었다. 원초 관리 담당으로 시작해 양반김 품질담당, 생산 팀장을 거쳐 2021년부터 청주공장장 겸 원초 감별사로 일하고 있다. 2대 원초 감별사인 박 공장장은 현재 동원F&B 전체 3318명의 직원 중 유일한 원초 감별사다. 그는 1대 원초 감별사인 김예환 전 청주공장장의 제자로 함께 현장을 누비며 원초를 배웠다.

김은 양식장에서 채취한 원초로 만드는 물김, 물김을 잘 말려 만드는 마른김, 마른김을 가공해 만드는 조미김으로 총 세 단계의 생산 과정을 거쳐 소비자들을 만난다. 동원F&B는 조미김 회사다. 원초 감별사는 김 포자(홀씨)를 뿌릴 때부터 원초를 관리한다. 원초 수확 철인 11월부터 그 다음해 4월까지 충남 서천을 시작으로 전남 영광, 신안, 해남, 진도, 완도를 거쳐 부산 낙동강 하구 등 산지를 돌면서 원초를 수매한다.

박 공장장은 “원초 감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 구분을 위한 오감의 활용”이라며 “특히 후각과 미각의 감각을 최고조로 올려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편이고 음주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우아하게 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보람을 느낀다”고 손에 원초를 꼭 쥐고 말했다.

박 공장장이 최근 가장 실감하는 건 몰라보게 달라진 한국 김의 글로벌 위상이다. 그는 “최근 김은 ‘검은 반도체’라는 별칭을 얻고 단일 수출 품목(식품 기준) 1위까지 올라설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식품이 됐다”며 “수년 전부터 중국, 미국, 태국, 대만, 러시아 등에서 온 바이어들이 한국 공장을 다니며 김을 구매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품질 좋은 김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최근의 기후 변화는 종전 5개월 정도였던 김 수확철을 4개월 이내로 한 달 이상 줄였다. 박 공장장이 품질 좋은 원초를 확보할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어 좋은 원초를 구하기 위해 산지를 더욱 분주하게 돌아다니게 됐다.

그는 “현장에서 기후 변화가 식품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며 “좋은 원초가 자라기 위해서는 바다 수온이 10~12도 정도로 유지돼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며 “30~50년 뒤에는 바다에서 김을 양식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동원F&B를 비롯해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식품업계가 앞다퉈 육상 김 양식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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