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에서 복합문화공간 ‘변신’
도로공사는 정책-인프라 지원
기업은 아이디어와 자본 제공
유명 맛집 입점에 간식값 낮춰… 도입 11년 ex-OIL, 1조원 환원
세종포천고속도로 안성∼구리 구간 처인휴게소 전경. 양방향 통합 휴게소로 우주정거장을 연상시키는 건축물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올해 개통된 세종포천고속도로(총연장 176.3km) 안성∼용인∼구리 구간(72.2km·남안성 분기점에서 남구리 나들목까지)을 달리다 보면 공중에 떠 있는 듯 거대한 링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달을 모티브로 보름달이라는 큰 원에 초승달 곡선을 결합한 형태의 건물이다. 처인휴게소다. 도로 위에 있어 상공형, 상·하행이 합쳐져 양방향 통합형이다. 건물에서 360도로 조망할 수 있다.
기존 휴게소 서비스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더했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일종인 수직 이착륙 전동 항공기 모형 체험시설이 있고 스크린으로 여러 스포츠를 맛보는 스포츠 테마파크, 귀여운 캐릭터 토끼, 기린 등으로 꾸민 테라스와 N서울타워처럼 ‘사랑의 자물쇠’ 공간도 있다. 전국 211개 휴게소 중 유일하게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변신’이 놀랍다. 간단히 먹고 볼일 보며 잠을 쫓던 곳에서 쇼핑, 취미 생활, 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민간과의 협업이 있다. 한국도로공사(사장 함진규)는 땅을 비롯한 인프라와 정책으로 지원하고 기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본으로 화답한 결과다.
경기 양평군 남한강휴게소 글램핑촌. 텐트 안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지난해 5월 경기 양평군에 들어선 남한강휴게소도 민관 협력의 본보기로 꼽을 수 있다.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를 적용한 UAM 체험시설과 정규 경기가 가능한 드론(무인항공기) 축구 경기장 같은 미래형 공간이 시선을 끈다. 반려견 동반자용 식당이 있어 문밖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견공은 보기 힘들다. 텐트형 글램핑 공간도 마련돼 이색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음식이라는 기본에는 더욱 철저해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30년 이상 꾸준히 사랑을 받아 온 식당 가운데 선정한 ‘백년가게’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꼽은 맛집을 155개 휴게소에 유치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208개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소떡소떡(소시지와 가래떡 꼬치) 같은 10가지 간식류 가격을 3500원 이하로 한 ‘알뜰간식’을 판매하고 있다. 휴게소 손님이 많이 찾는 식사류, 라면, 가락국수(우동), 생수를 ‘실속 상품’으로 정해 각각 일정 가격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2014년 도입한 고속도로 주유소 브랜드 ex-OIL은 소비자 유류비 절감에 한몫하고 있다. 올 2월 기준 204개 휴게소 ex-OIL에서는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보다 L당 휘발유는 54원, 경유는 51원 싸게 팔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같이 저렴한 ex-OIL 기름값을 통해 지난해까지 소비자에게 환원한 금액이 약 1조 원이라고 추산했다.
휴게소 화장실은 더욱 쾌적하고 고객 친화적으로 변하고 있다. ex-OIL 도입 1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화장실 전면 혁신에 돌입했다. 내 차에 기름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실시간 확인하는 모니터와 센서형 세면기가 도입되고 있다.
함진규 사장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서비스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쉼터가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휴게소를 계속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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