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이견으로 파업-직장폐쇄
평균 2700만원 성과급 약속후 타결
2022년 1조대 영업익, 급격히 줄어… 올해 1분기 37억 영업적자 예상
“경쟁력 약화돼 정상화까지 먼 길”
현대제철 정규직·자회사·비정규직 노조 대표자들이 3일 ‘4·8 총파업’을 예고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급 및 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제철 노사가 7개월에 걸친 장기 대치 끝에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9월 교섭 시작 이후 파업과 직장폐쇄를 거듭하며 극단적 상황까지 이른 노사 갈등이 일단락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산 저가 철강의 유입으로 철강업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친 극한 노사 대립은 회사에 실적 악화 등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인천, 당진, 순천, 포항, 하이스코)는 10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잠정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기본급 450%+1050만 원’ 지급으로, 노조는 이 성과급이 평균 2700만 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성과급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수차례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노조는 그룹사인 현대차의 ‘기본급 500%+1800만 원’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경영 악화와 철강 시황 부진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협상이 장기 국면으로 넘어가자 지난해 11월 노조는 총파업 출정식과 기습 파업에 나섰다. 올 2월에는 사측이 창사 이래 처음 당진제철소 냉연 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사의 이런 벼랑 끝 대치 속에서 현대제철은 막대한 생산 차질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글로벌 철강산업은 현재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철강협회는 1월 글로벌 조강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1억5140만 t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철강 전문 컨설팅 업체 GMK는 중국의 부동산 부문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국 철강 수요가 2024년 4.4% 감소에 이어 2025년 1.5% 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철강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등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철강 시황이 더 침체됐다. 한국 철강업체의 경우 중국산 철강의 저가 밀어내기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큰 타격을 받았다.
현대제철의 수익성은 이런 업계 불황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2년 1조6165억 원, 2023년 7983억 원, 2024년 1595억 원 등으로 급락을 거듭한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1∼3월) 37억 원 적자(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예상된다. 이에 현대제철은 3월 임원 급여 20% 삭감 등의 비상 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다만 철강업 시황이 1분기에 바닥을 치면서 2분기에는 실적이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노사 갈등의 장기화로 현대제철 내부 분위기도 급격히 냉각됐다. 7개월간 이어진 파업 기간 동안 관리직과 생산직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고,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지속 여부를 두고 의견 대립이 뚜렷했다.
철강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경영 정상화까지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위기와 무역 분쟁이 심화하는 시점에서 벌어진 장기 파업이 현대제철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며 “‘퍼펙트 스톰(초대형 경제 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상황인 만큼 대승적 차원의 노사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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