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뷰티에 진심인 이유

  • 여성동아
  • 입력 202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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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는 2023년 본격적으로 뷰티 라인을 론칭했다. 프라다 제공
프라다는 2023년 본격적으로 뷰티 라인을 론칭했다. 프라다 제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명품 브랜드의 뷰티 라인은 향수나 한정판 립스틱처럼, 브랜드 세계관의 ‘조연’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전혀 다르다. 패션 하우스로 정체성을 다져온 브랜드들이 이제는 메이크업, 스킨케어, 네일까지 뷰티 전 카테고리를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루이비통이 있다. 최근 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 그룹이 전개하는 루이비통이 1854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코즈메틱 부문을 신설하고,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라스와 함께 ‘라보떼루이비통’ 컬렉션을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루이비통의 이번 행보는 명품 하우스들이 뷰티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패션 분야는 주춤한 반면, 화장품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을 보이기 때문. 뷰티업계는 물론 패션계에서도 ‘이제 게임이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명품 브랜드의 뷰티 시장 진출은 아주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발렌티노, 에르메스, 돌체앤가바나, 구찌 등 여러 패션 하우스는 이미 뷰티 시장에 진입해 립스틱과 블러셔, 향수 등을 출시하며 자신들의 쿠튀르 감성을 풀어내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실용성을 갖춘 디자인,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 접근이 특징이다.

패션 하우스의 새로운 방정식, 뷰티

프라다는 2023년 뷰티 컬렉션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전환을 알렸다. 기존 향수에 이어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제품군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했고, 론칭 1년 만인 2024년에는 한국 백화점에 입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는 서울 성수동에 첫 부티크 매장을 여는 등 빠른 속도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대표 스킨케어 라인의 크림과 세럼은 50만 원대, 립스틱·아이섀도·쿠션 등 색조화장품은 6만~10만 원대로 구성돼 진입 장벽이 낮다.

클래식한 골드 디테일과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트리옹프 로고가 어우러진 셀린보떼 립스틱. 셀린보떼 제공
클래식한 골드 디테일과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트리옹프 로고가 어우러진 셀린보떼 립스틱. 셀린보떼 제공
향수 라인을 선보인 뒤 코즈메틱으로 확장 중인 셀린보떼 또한 2024년 10월 립스틱을 시작으로 국내에 공식 론칭했다. 에디 슬리먼의 섬세한 미학이 담긴 패키지는 클래식한 골드 디테일과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트리옹프 로고가 어우러져 강한 인상을 남긴다. 새틴 립스틱, 립밤, 네일 폴리시, 블러셔, 루스 파우더,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등 다양한 컬러 메이크업 라인업을 공개했고, 향수 및 뷰티 액세서리 역시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조용한 럭셔리의 대명사인 브루넬로쿠치넬리도 합류했다. 절제된 미학과 섬세한 감성을 중시하는 브랜드답게, 브루넬로쿠치넬리의 향수 라인은 과하지 않은 우아함과 정제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직 정식 론칭은 하지 않았지만, 자크뮈스도 로레알 그룹과의 파트너십 체결로 화제를 모았으며 뷰티 사업을 접었던 마크 제이콥스 역시 뷰티 라인을 다시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와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고가 명품 소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뷰티 제품은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새로운 소비층을 유입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된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듀프(dupe·명품을 모방하여 만든 가성비 좋고 저렴한 대체품) 소비’가 확산하는 가운데, 뷰티 라인을 통해 브랜드 감도를 유지하면서 ‘접근 가능한 명품’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뷰티 라인은 명품 브랜드가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가장 감각적이면서 현실적인 방법이며, 패션 생태계 전반을 유연하게 확장해주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다.

#2025 TREND WATCH#명품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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