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대란]
고령자 대상 과잉영업 속속 발견
“해지방법 모르니 매달 돈 샌 것”
SKT서 이틀간 7만명 빠져나가
SK텔레콤 가입자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 관련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 사흘째인 30일 서울 시내 한 T월드 직영매장에 온라인 예약을 통한 유심 교체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4.30/뉴스1
SK텔레콤 해킹 사태로 부모의 유심 교체 및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해당 휴대전화가 과도한 부가서비스에 가입된 사례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대리점들의 과잉 영업 행태가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다.
3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이 같은 사례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후 부가서비스 목록에서 서비스 가입 여부를 확인하면서 이전에 가입된 유료 서비스를 확인하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SKT 이용자는 SNS 플랫폼인 스레드에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려고 엄마의 티월드(T world)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며 부모의 부가서비스 가입 내역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주식투자노트’ ‘아파트청약케어’ ‘세이프캐시’ 등 이용자와 큰 관계가 없는 총 16개의 부가서비스에 가입돼 있었다. 부가서비스로 나가는 비용만 월 4만3684원에 달했다.
해당 사례가 인터넷 카페 및 커뮤니티에 퍼지며 게시물의 댓글에는 “부모님 휴대전화를 보니 가입 시 약정 조건에 포함된 고가의 부가서비스들이 몇 년째 유지되고 있었다. 해지하는 방법을 잘 모르시니 매달 몇만 원이 새어나간 셈”이라며 공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이 공유되며 그간 통신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과잉 영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동전화서비스는 2021년부터 2024년 10월까지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의 피해 구제 신청 중 매년 15% 이상을 차지해왔다. 이 중 소비자 동의 없이 유료 부가서비스를 가입시키는 ‘부당행위’가 17.2%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유심 교체를 위해 예약한 대리점이 일시 휴점에 들어가거나 폐점한 사례들도 늘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경기 고양시의 한 SKT 대리점은 지난달 26일 폐점했지만 최근까지 유심 교체가 가능한 대리점으로 검색됐다. SNS 플랫폼인 X에는 “폐점한 대리점으로 유심 교체 신청을 했는데 매장 변경도 안 되고, SKT에 문의하니 다른 대리점에 방문해 보라고만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매장 재오픈 준비로 유심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써 붙여 놓거나, 매장 운영 상태를 5월 초까지 모두 ‘휴무’로 돌려놓고 문을 닫기도 했다. SKT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인근 대리점으로 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에 대한 여론이 점점 악화되며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SKT 가입자 3만5902명이 다른 통신사로 번호를 이동했다. 무상 유심 교체를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총 7만34명이 SKT를 이탈한 셈이다. SKT 이용자들의 집단 소송 역시 본격화되고 있다.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로피드법률사무소 하희봉 대표변호사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T를 상대로 50만 원의 위자료 지급을 청구하는 지급명령 신청서를 제출하고, 집단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SKT 이용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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